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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88994015927
· 쪽수 : 228쪽
· 출판일 : 2016-12-07
책 소개
목차
‘시인들의 나라’ 9
기다림과 영원 33
떠나다 61
사생활 89
사랑에 대해 쓴다, 여전히… 125
치과에서 보낸 반시간 137
미완성작 149
나에게 아직 할 말이 남아 있을까? 169
사랑받기 위해 193
옮긴이의 말 224
리뷰
책속에서
기다림은 우리가 실존에서 지우는 어떤 것이다. 한 동화가 놀라운 방식으로 보여주듯이, 우리는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을 속인다. 어린아이에게 마법의 실패를 준다. 자기 삶을 빨리 흐르게 하고 싶으면 아이는 실을 살짝 감기만 하면 된다. 기다리는 것이 지루해지거나 앞으로 일어날 일이 알고 싶을 때 아이는 실을 감는다. 그러면 아이는 빨리 늙고, 곧 실이 다 풀려 죽음의 문턱에 서게 된다. 마음에 들지 않는 날들을, 기다림의 시간을 중시하는 것을 거부할 때 우리에게 닥치는 결과가 바로 이것이다.
점점 길어지는 인간의 수명은 사랑의 수명보다 훨씬 길다. 우정의 수명, 문학·음악·예술에 대한 취향의 수명보다 길다. 나는 예전에 큰 열정을 느꼈던 작가들에 대해 지금은 전혀 관심이 없다. 내 관심사가 달라졌거나 아니면 그 작가들이 표현하는 관심사가 달라졌을 것이다. 그게 아니면, 이미 그 작가들을 두루 섭렵했기 때문에 그들과 만나는 것이 더이상 즐겁지 않은 건지도 모른다. 그것도 아니면, 너무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좋아하게 되어 내가 그 작가들과 맺고 있던 조금은 독점적인 우정(썩 좋은 감정은 아니다.)이 훼손된 건지도 모른다. 그것도 아니면, 내 변덕이 그들의 작품을 다시 읽을 용기를 앗아가, 그냥 멀리서 그들을 존경할 뿐인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에 숭배한 신들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다. 나이가 들면서 우리는 속 빈 우상들을 숭배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모순 끝에는 침묵의 유혹이 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글을 쓸까? 누구를 위해? 소통의 욕구를 느끼지 않고 작가가 될 수 있을까? 그리고 소통은, 혹은 소통 거부는 개인에게 제기되는 가장 까다로운 문제 가운데 하나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