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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4054735
· 쪽수 : 264쪽
· 출판일 : 2015-08-20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1장 나는 바람입니다
나는 바람입니다
내 안에 신들이 산다
등에 대하여
주먹
안개 속에서
어떤 여행
인생에는 마이너스가 없다
잃어버린 무덤
간화선 일기
2장 관상, 그 불완전함에 대하여
관상, 그 불완전함에 대하여
불광과 불급 사이
사는 게 사는 거다
오해를 푸세요
위대한 유산
그곳에 가면 살 맛이 난다
어디 사세요?
겉과 속이 다른 놈
저는요……
3장 캐서린, 당신 지금 행복한가요?
캐서린, 당신 지금 행복한가요?
여의도 광장의 약속
15년 만의 해후
눈물 선물
기적
어느 늙은 개의 사랑 이야기
너에게 가는 길
사랑이란
지키지 못한 약속
4장 살아서 아름다운 지옥을 보다
우즈 강가에서 버지니아 울프를 만나다
삶과 죽음에 차가운 시선을 던져라
우리는 모두 푸른 숨을 쉬는 ‘존재자’들이다
스페인에서 투우를 만나다
엘 그레코가 사랑한 도시, 톨레도
일본 규슈 오토바이 상륙 작전
루미를 아시나요?
그곳에 가면 ‘그 남자’가 있다
5장 이분을 소개할게요
영원한 사랑과 불멸을 꿈꾸는 작가
-소설가 박범신
검은 빛에 홀린 왼편의 시인
-시인 유안진
갈 수 없는 나라, 닉스란드를 꿈꾸며
-수필가 김창식
주역을 알면 인생이 달라진다
-수필가 맹난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바람입니다. 내게도 다다를 수 없는 경지가 있고 이을 수 없는 인연이 있습니다. 서쪽 하늘을 고요하게 물들이는 노을이 그러합니다. 다가갈 수도 없고 흔들 수도 없으며 소리조차 흡수해 버리는 절대 고독의 존재. 아, 이 황홀한 비극이라니. 모든 것을 다 가지고 무엇이든 다 이룰 수 있다면 생은 얼마나 시시하겠습니까. 이루어질 수 없는 것들은 나를 절망하게 하고 때론 목 놓아 울게 하지만, 또한 간절히 기도하게 하고 열망과 고뇌의 시간들로 나를 키우나니……. 나는 욕망의 다리에도 묶이지 않고 무심의 그물에도 걸리지 않는 바람입니다.
삶에 따라 바뀌는 것은 얼굴만이 아니다. 등에서도 그 사람의 삶이 묻어난다. 내 등이 낯설었던 것은 아무에게도 따뜻한 언덕이 되어 주지 못한 이유이리라. 지금부터라도 마음의 품은 늘이고 욕심은 줄이며 보다 부드럽고 신축성이 좋은 옷감으로 마음도 수선을 해야겠다. 누군가 내 등 뒤에 와 젖은 얼굴을 묻을 수 있도록, 신이 주신 날개가 펴질 수 있는 등이 되고 싶다. 온 가족의 언덕이라는 옷 수선집 남자의 휘어진 등이 떠오른다. 성실한 고단함과 진정한 겸손함이 묻어나는 그 등에도 언젠가 천사의 날개가 펴지리라.
금방 세상에 나온 아기는 주먹을 꼬옥 쥐고 있었다. 세상과 맞장이라도 뜨려는 것인지, 움켜쥔 주먹은 경이였다. 손가락을 한 개씩 펴보니 그 속엔 거미줄 같은 운명이 들어있었다. 하늘의 비밀이 세세하게 기록된 흔적을 따라 촉촉이 물기가 배어 있던 손금. 천기누설이라도 한 듯 꽃잎처럼 화르륵 닫혀버리던 아기의 주먹을 보며 놀라움과 슬픔이 교차했다. 누구나 이렇게 덤빌 듯 주먹 불끈 쥐고 생을 시작하지만 떠날 땐 누구나 펴고 가는 게 인생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