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고전
· ISBN : 9788994136394
· 쪽수 : 192쪽
책 소개
목차
1권
소나기_황순원
별_황순원
동백꽃_김유정
봄봄_김유정
메밀꽃 필 무렵_이효석
사랑 손님과 어머니_주요섭
2권
감자 _ 김동인
배따라기 _ 김동인
운수 좋은 날 _ 현진건
만무방 _ 김유정
화랑의 후예 _ 김동리
날개 _ 이상
저자소개
책속에서
"옥희야, 이것 내다 버려라."
하고 그 마른 꽃을 내게 주었습니다. 그 꽃은 내가 유치원에서 갖다가 어머니께 드렸던 그 꽃입니다. 그러자 옆대문이 삐걱하더니,
"달걀 사소."
하고 매일 오는 달걀 장수 노파가 달걀 광주리를 이고 들어왔습니다.
"인젠 우리 달걀 안 사요. 달걀 먹는 이가 없어요."
하시는 어머니 소리는 맥이 한 푼어치 없었습니다.
나는 어머니의 이 말씀에 놀라서 떼를 좀 써 보려 했으나, 석양에 빤히 비치는 어머니의 얼굴을 볼 때 그 용기가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아저씨가 주신 인형 귀에다가 내 입을 갖다 대고 가만히 속삭이었습니다.
"얘, 우리 엄마가 거짓부리 썩 잘 하누나. 내가 달걀 좋아하는 줄 알면서 먹을 사람이 없대누나. 떼를 좀 쓰고 싶다만 저 우리 엄마 얼굴 좀 봐라. 어쩌면 저리도 새파래졌을까? 아마 어데가 아픈가 부다."
라고요.
주요섭의 〈사랑 손님과 어머니〉 중에서
열네 살의 소년이 된 아이는 뒷집 계집애보다 더 이쁜 소녀와 알게 되었다. 검고 맑고 깊은 눈하며, 깨끗하고 건강한 볼, 그리고 약간 노란 듯한 머리카락에서 풍기는 숱한 향기. 아이는 소녀와 함께 있으면서 그 맑은 눈과 건강한 볼과 머리카락 향기에 온전히 홀린 마음으로 그네를 바라보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소녀 편에서는 차차 말없이 자기를 쳐다보기만 하는 아이에게 마음 한구석으로 어떤 부족함을 느끼는 듯했다.
하루는, 아이와 소녀는 모란봉 뒤 한 언덕에 대동강을 등지고 나란히 앉아 있었다. 언덕 앞 연보랏빛 하늘에는 희고 산뜻한 구름이 빛나며 떠가고 있었다.
황순원의 〈별〉 중에서
저쪽 갈밭머리에 갈꽃이 한 옴큼 움직였다. 소녀가 갈꽃을 안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천천한 걸음이었다. 유난히 맑은 가을 햇살이 소녀의 갈꽃머리에서 반짝거렸다. 소녀 아닌 갈꽃이 들길을 걸어가는 것만 같았다.
소년은 이 갈꽃이 아주 뵈지 않게 되기까지 그대로 서 있었다. 문득, 소녀가 던진 조약돌을 내려다보았다. 물기가 걷혀 있었다. 소년은 조약돌을 집어 주머니에 넣었다.
황순원의 〈소나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