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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중국소설
· ISBN : 9788994343198
· 쪽수 : 404쪽
· 출판일 : 2011-01-24
책 소개
목차
성북지대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참죽나무길에는 사실 참죽나무가 한 그루도 없다. 시적인 정취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 성북의 작은 거리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유일한 화초가 바로 야반화다. 사람들은 통상 이 꽃의 이름을 야반화라 알고 있는데, 야반화라는 이름이 어쩌면 참죽나무길의 시끌벅적하고 평범한 일상에 어울릴지도 모른다.
그러면 그냥 야반화라 부르자. 야반화는 여름에만, 그것도 저녁에만 피는 꽃이다. 마치 참죽나무길의 아이들같이 말이다. 밥 때가 되어 식탁 앞에 앉아 허겁지겁 먹어댈 때를 제외하고는 엄마들은 집안에서 아이들을 찾아볼 수가 없다.
"나 묻지 마." 다성이 말했다. "쓰레기들이나 사람을 묻지. 너희는 쓰레기야. 나 돼지머리랑 할 얘기가 있어."
돼지머리가 뒷머리의 상처를 움켜쥔 채 다성 옆으로 다가왔다. 그때 돼지머리는 하늘과 땅이 핑핑 도는 것만 같았지만 애써 참으며 다성에게 농담을 던졌다.'
"나한테 할 말이 뭔데?" 돼지머리는 그의 친구들에게 눈을 찡긋하더니 말했다. "설마 네 당비 대신 내달라는 건 아니겠지?"
"자명종." 다성이 말했다. "자명종이 저 꼭대기에 있어. 내 대신 그것 좀 우리 입에 갖다 줘. 우리 엄마 매일 아침 출근할 때 알람 들어야 해."
빗방울은 텅펑의 종이우산 위로 떨어지고, 우리들의 참죽나무길 위로도 떨어졌다. 성북 일대의 날씨는 잠시잠깐 시원하고 상쾌할 것이다. 그러나 장마는 서둘러 왔다가 서둘러 가리라는 것을 누구나가 알고 있다. 비가 그렇게 많이 내려야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장마가 지나고 나면 무더운 여름이 또 찾아올 것이고. 한 해가 지나고 나면 또 다음 해가 와도 무덥고 짜증나는 여름은 늘 찾아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