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전 한국소설
· ISBN : 9788994353623
· 쪽수 : 600쪽
· 출판일 : 2014-09-22
책 소개
목차
오늘, 나는 이태준의 소설에 매혹되다_ 고명철
삼월
까마귀
바다
장마
철로
복덕방
코스모스 피는 정원
사막의 화원
패강랭
영월 영감
아련
농군
밤길
토끼 이야기
사냥
석양
무연
돌다리
뒷방마님
해방 전후
농토
어린 수문장
불쌍한 소년 미술가
슬픈 명일 추석
쓸쓸한 밤길
불쌍한 삼형제
외로운 아이
몰라쟁이 엄마
작가 연보
책속에서
코스모스 피는 정원
옥담은 거의 날아서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울컥 목에 막히는 것이 있어 아무 말도 못 하고 벙어리가 되어 키 큰 박사에게 가 뛰어올라 매달리기만 하였다. 팔로가 아니라 영혼으로 매달림인 듯 옥담은 눈물 솟는 눈을 한참이나 꼭 감고 뜨지 못하였다.
장 박사의 집에서는 전과 같이 ‘하날 가는 밝은 길이’ 노래가 무시로 흘러나왔다. 동네에서들도 여전히 피아노 치는 집, 노래 잘하는 집, 코스모스 많이 피는 집, 그리고 ‘왜 그 딸하구 아버지하구 동무처럼 밤낮 손목 잡고 산보 나오는 집 말야’ 하는 것이었다.
뒷방마님
윤의 집 식구들은 뒷방마님을 잊은 적이 있어도 뒷방마님만은 윤의 집을 잊은 적이 없는 듯, 매달은 아니라도 매 철은 따라서 꼭꼭 와주었다. 손목에 벌써 길든 지 오랜 염주를 걸고 그 언제 어디서 죽을지 몰라 잠시를 나와도 놓는 법이 없다는 《밀다심경》 책보를 들고, 자기 양산은 겨울이나 여름이나 구별이 없으면서도 윤의 옷을 보고는 으레 봄이면 ‘여태 솜것을 못 벗었구나!’ 가을이면 ‘여태 솜것을 못 입었구나!’ 하고 혀를 쯧쯧 차곤 했다. 한번은 ‘돈이 다 어딜 가 썩누?’ 하였다. 윤이 ‘돈은 있으면 멀 하실려우?’ 물었더니 ‘너이 아버진 물 쓰듯 하던 걸 넌 지금이 한참인데 얼마나 답답허겠니!’ 하였고, 윤이 ‘이담 내 돈 잘 벌어 잘 쓰는 걸 보구 돌아가슈’ 하였더니 ‘그래라, 그땐 날 더두 말구 삼 원만 다구’ 하였다.
해방 전후
“그런데 어쩌자구 우리 현 공은 공산당으로 가셨소?”
“제가 공산당으로 갔다고들 그럽니까?”
“자자합디다. 현 공이 아모래도 이용당허는 거라구.”
“직원님께서도 절 그렇게 생각허십니까?”
“현 공이 자진해 변했을는진 몰라, 그래두 남헌테 넘어갈 양반 아닌 건 난 알지요.”
“감사헙니다. 또 변했단 것도 그렇습니다. 지금 내가 변했느니, 안 변했느니 하리만치 해방 전에 내가 제법 무슨 뚜렷한 태도를 가졌던 것도 아니구요. 원인은 해방 전엔 내 친구가 대부분이 소극적인 처세가들인 때문입니다. 나는 해방 후에도 의연히 처세만 하고 일하지 않는 덴 반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