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책읽기/글쓰기 > 글쓰기
· ISBN : 9788994747224
· 쪽수 : 256쪽
· 출판일 : 2013-11-11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장 마흔에 글을 쓴다는 것
마누라는 속여도 글은 못 속인다
왜 글을 쓰라는 겁니까?
글 속에서 길을 찾다
나 같은 사람이 글은 무슨
몸 아프면 약을 먹고, 마음 아프면 글을 먹고
2장 즐거운 글쓰기를 위한 몇 가지 방법들
쓰고 싶은 것을 쓴다
하찮은 것일수록 글이 된다
무엇이든 연습은 필요하다
책으로 배우는 글쓰기
글쓰기를 위한 최소한의 상식
이것저것 복잡할 땐 베껴 쓰기
맞춤법이란 주춧돌 위에 진심을 얹어라
창작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작가들의 말
3장 오직 나만을 위한 이기적인 글쓰기
시를 쓰면 누구나 시인이다
스토리텔링의 정체 - 마술사 흥 선생과 데이비드 카퍼필드
끊임없이 던지는 질문이 빛을 밝히리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다 - 프로필 쓰기
4장 마흔에 글을 쓴 사람들
글쓰기는 자기순환의 통과의례 - 1인 회사 전도사가 된 수희향 씨
쓰다 보면 인생에 의미 없는 순간이 없더라 - 방송과 출판을 누비며 활약하는 임선경 씨
지금도 나는 인생을 방황하는 중입니다 - 글쓰기로 충만한 행복을 느낀다는 황대진 씨
그렇다고 정말로 회사를 그만두다니! - 직장인에서 전업 작가로 변신한 차무진 씨
회사를 관찰하는 사람 - 소통전문가로 거듭난 김범준 씨
5장 명문을 통한 치유의 시간
시는 글의 영원한 오아시스
냉정미에 깃든 슬픔
내 사랑을 부탁해
혁명이 되는 글들
영어와 우리말
에필로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남성들 위주였던 한 공기업 강의 때의 일이다. 50대의 김모 씨가 이런 글을 썼다.
“나는 우리 어머니와 열 살 때 헤어졌다.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우리 3남매를 기르며 어렵게 사셨다. 어느 날, 어머니는 우리를 이모한테 맡기고 집에서 일하던 박씨 아저씨를 따라갔다…. 사람들은 ‘머슴 따라 도망갔다’고 했다. 우리는 부모 없는 셈 치고 자랐다. 13년 전에, 어머니를 만났다. 30년 만에 만난 것이다. 어머니는 그새 박씨 아저씨 자식 셋을 더 낳으셨다. 처음에는 서먹했지만 명절 때 오가기도 하면서 우리는 지금 형제처럼 지낸다. 어머니는 작년에 돌아가셨다.”
그의 동료들이 놀라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김모 씨는 눈시울을 붉혔다. 자신의 글을 다 읽고 나서는 오히려 “속 시원하다”고 했다.
도대체 왜 우리는 가로 210밀리미터, 세로 297밀리미터의 흰 종이의 마력에 그렇게 쉽게 항복하고 마는 것일까? 왜 우리는 수십 년 동안 은폐했던 속내를 그렇게 가볍게 뱉어내고야 마는 것일까? 왜 우리는 부끄럽고 고통스러운 지난 시간을 한꺼번에 분출하고는 또 그토록 통쾌해하는 것일까?
글쓰기는 그런 것이다. 수십 년 동안 숨겨왔던 과거를 한순간에 털어놓게 만든다. 진정성 때문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과 일대일로 만나는 행위다. 다른 사람은 다 속여도 자신은 속일 수 없다. 속일 필요도 없고 속여서도 안 된다. 다른 사람을 속이는 사람은 사기꾼이지만 자신을 속이는 사람은 유령이거나 신이다. 인간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 ‘마누라는 속여도 글은 못 속인다’ 중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0년 서울에 사는 30세에서 45세 사이 남녀 중 대학(2년제 포함) 이상의 교육을 받은 사람이 67퍼센트였다. 40대 중년 남성의 평균 학력 역시 대학 중퇴 이상이다. 학력이 부족해서 글을 쓰지 못하는 시대가 아니란 말이다. 초등학교부터 대학 때까지 우리가 배운 교육의 대부분은 뭔가를 쓰는 것이었다.
국어, 영어, 논문 같은 글쓰기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책을 읽고 나면 독후감을 써야 하고 방학 때는 일기를 써야 하며 잘못을 하면 반성문을 썼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마찬가지다. 회사에서 잘못을 저지르면 상사가 “어서 잘못했다 말해”라고 하지 않는다. “시말서 써”라고 말한다. 우리는 우리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 기술하고 ‘추후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등등의 글로 끝낸다. 뭔가를 잘했을 때도 윗사람들은 “아주 잘했어. 잘한 것에 대해 이야기해봐”라고 하지 않는다. “훌륭해. 그럼 보고서 작성해서 올려”라고 말한다.
물론 내가 여기서 말하는 글쓰기는 시말서나 반성문 혹은 보고서를 뜻하는 게 아니다. 실용적인 목적을 갖지 않는 순수한 글쓰기를 말하는 거다. 뭐가 ‘순수한’ 글쓰기냐고? 상사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당당한 글쓰기, 아랫사람의 험담을 들을 필요 없는 고유한 글쓰기, 마누라나 남편한테 보여주지 않아도 되는 비밀스런 글쓰기, 자식이나 부모 걱정 따위는 포함되지 않는 나만의 글쓰기…. 이런 게 순수한 글쓰기다. 세상의 이익이나 타인의 시선 같은 것에 구애받지 않아도 되기에 순수하며 순수하기에 자유롭고 자유롭기에 독특한, 그런 글쓰기 말이다.
- ‘나 같은 사람이 글은 무슨’ 중
좋은 글과 그렇지 않은 글의 차이는 기본적인 것에서 나온다. 생각해보라. 글을 쓰면서 문장 부호 따위(!)에 신경을 써본 적이 있는지. 윌리엄 스트렁크 교수가 제시한 영어 글쓰기의 기본 규칙 열여덟 개 중 다섯 개는 콤마 사용에 대한 것이다. 나머지 규칙 중 한글을 쓰는 사람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은 다음과 같다.
★ 문장의 생명은 간결함이다. 불필요한 단어는 생략하라.
★ 작문의 단위는 단락이다. 한 단락에 하나의 화제만을 다뤄라.
★ 수동태보다는 능동태를 이용하라.
만약 여러분이 문장 부호를 제대로 쓰고, 위에 쓴 세 가지 법칙만 지킬 수 있다면 글쓰기는 완성된다. 저 중에 단 하나의 황금률을 고르라면 난 당연히 ‘간결하게 써라’를 택하겠다. 가장 아름다운 패션 중 하나는 아무것도 입지 않은 것이다. 가장 아름다운 얼굴 중 하나는 민낯이다. 가장 진실한 사랑 중 하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제일 좋은 건 사랑하는 사람끼리 민낯인 채 아무것도 입지 않고 만나는 것이다. 잘 나가다 왜 이러지?)
글도 마찬가지다. 가장 좋은 글은 최소한만 표현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래서’나 ‘따라서’, ‘그러므로’, ‘그런데’ 같은 접속 부사 역시 자주 쓰지 않는 게 좋다. 더불어 작은따옴표(‘’)나 큰따옴표(“”) 같은 부호도 과도하게 쓰는 건 좋지 않다. 이런 원칙은 쓰면서 지키고, 수정하면서 되새겨야 한다.
- ‘무엇이든 연습은 필요하다’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