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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88994963426
· 쪽수 : 356쪽
· 출판일 : 2012-08-25
책 소개
목차
서문과 감사의 글 | 이 책을 시작하며
1장 제노사이드, 그 오랜 관행: 침팬지, 인간, 농경사회
제노사이드를 최초로 규정한 라파엘 렘킨 | 침팬지 사회에서 제노사이드를 발견한 제인 구달 | 농경사회의 폐해를 지적한 재러드 다이아몬드 | 원주민 지도자 갈라위 우누핑구의 연설 | 진보적인 역사관에 의문을 제기한 휴 브로디
2장 고대 그리스의 제노사이드: 헤로도토스와 투키디데스
21세기에 되살아난 반제국주의·반식민주의 역사 서술 | 식민지화로 인한 파괴와 비폭력성을 강조한 헤로도토스 | 끔찍한 전쟁사를 다룬 투키디데스 | 제노사이드와 국가의 명예 | 시칠리아를 침략한 아테네 | 제노사이드 문학의 고전 | 결론: 미래를 예견하다
3장 제노사이드와 트라우마: 아이스킬로스와 에우리피데스
렘킨의 분석 방법 | 아이스킬로스의 《아가멤논》과 제노사이드 의식 | 에우리피데스의 《헤카베》: 공포와 트라우마 | 《안드로마케》: 불안감을 심어준 이방인 노예 | 《트로이의 여인들》: 전쟁, 제노사이드, 그리고 부녀자들의 고통 | 결론: 신들의 경고
4장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플라톤과 키케로의 《국가론》
권위적인 국가를 추천한 플라톤 | 제노사이드의 가해자를 주인공으로 삼은 키케로 | 제국, 로마, 자연법의 미덕에 관한 논쟁 | 결론: 스키피오의 꿈
5장 피해자학과 제노사이드: 〈출애굽기〉와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출애굽기〉와 《아이네이스》에 드러난 피해자학 | 〈출애굽기〉 〈여호수아서〉 〈사사기〉에 드러난 제노사이드 | 야만의 기록 《아이네이스》 | 서사와 대항 서사: 정복, 식민지화, 제국에 따른 희생 | 여성과 남성 | 오리엔탈리즘과 유럽의 정체성 | 결론: 트로이인의 피해자학
6장 로마의 제국주의: 타키투스의 《아그리콜라 전기》와 《게르마니아》
확정적 서사 | 대항 서사 | 결론: 이중적 유산
7장 명예로운 식민지 개척자
옹호자와 탐험가 | 건국신화 | 국제법과 초기 근대 영국의 방식 | 전기와 도덕성 | 식민지 건설권 | 《템페스트》: 명예로운 식민지 건설 | 결론: 근대 영국의 근거 없는 믿음
8장 계몽주의는 홀로코스트의 기원인가
선악의 상대성을 제시한 스피노자 | 지성인의 행동양식에 대해 고민한 톨런드 | 유대애호주의와 이슬람애호주의 | 흄, 리오타르, 들뢰즈 | 결론: 근대성을 위해 이성을 창조한 계몽주의
이 책을 마무리하며: 폭력을 근절할 수 있을까? | 주 | 찾아보기
리뷰
책속에서
이 책을 시작하며
앞으로 제시할 주장은 내가 지난 몇 년 동안 제노사이드 연구 분야에 직접 참여하면서, 특히 폴란드계 유대인으로 미국의 법학자이자 역사가인 라파엘 렘킨(1900∼1959)의 저작들을 탐구하면서 도달한 결론이다. 렘킨은 1944년에 펴낸 《추축국의 유럽 점령지 통치Axis Rule in Occupied Europe》에서 ‘제노사이드’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만들어 사용했다. 렘킨의 주장에 따르면, 살해 사건이 개인 간에 지속적으로 발생하듯, 제노사이드는 인간 집단이 상대 집단을 다루는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홀로코스트가 인간사를 휩쓸고 간 뒤 수십 년 동안, 그 공포로 인해 앞으로는 제노사이드가 벌어지지 않을 것만 같았고 당시로서는 제노사이드를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듯 보였다. 그러나 20세기 후반에 접어들면서 캄보디아, 유고슬라비아, 르완다 등지에서 제노사이드가 발생했으며,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토착민들에게 제노사이드를 가한 뒤 21세기까지도 여전히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인류 역사에서 개인 간의 살해와 더불어 집단 간의 제노사이드가 언제나 발생해왔고, 어쩌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렘킨의 통찰은 필연적으로 다시금 중요하게 인식되었다
이 책에서는 렘킨이 역사를 재개념화하면서 담아낸 암울한 암시, 즉 폭력은 비정상적인 현상이 아니라 인간 행동의 고유 특성이라는 주장에 대해 살펴본다. 인류의 역사는 전쟁과 제노사이드로 물든 폭력의 역사다. 그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유일신교와 다신교를 막론하고 신이 허락한 정복, 식민화, 제국 건설, 민주주의와 제국의 치명적 결합 그리고 혁명, 대학살, 고문, 신체 절단, 잔학 행위 등이 자행되어 왔다.
1장 제노사이드, 그 오랜 관행: 침팬지, 인간, 농경사회
우선 인간의 역사를 제노사이드의 역사로 본 라파엘 렘킨의 관점부터 살펴보자. 이 장을 비롯하여 이 책 전반에 걸쳐 제노사이드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으므로, 렘킨이 최초로 규정한 제노사이드의 정의가 광범위했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렘킨 이후의 학자들은 1960∼1970년대에 팽배했던 홀로코스트의 공포를 감안하여 ‘제노사이드’란 정부가 주도한 대량 살인이라며 그 의미를 축소하여 정의하는 경우가 많았다. 렘킨은 유명한 저서 《추축국의 유럽 점령지 통치》(1944) 제9장에서 제노사이드의 정의를 가장 잘 설명해준다. 렘킨이 그 내용을 구상한 시기는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때였다. 1939년에 렘킨은 쫓기듯 폴란드로 피난을 떠났고 그곳에 머무는 동안 가족 대부분을 잃었다. 1941년에 미국으로 망명한 렘킨은 오로지 집필 작업에만 몰두한 끝에 《추축국의 유럽 점령지 통치》를 완성했으며, 당시 갓 창단한 유엔위원회를 설득하여 제노사이드를 법적으로 인식해 금지하도록 만들었다. 또한 각종 인권 토론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결국 1948년에 유엔이 제노사이드 범죄의 방지와 처벌에 관한 협약을 승인하도록 유도했다. 제노사이드협약은 렘킨이 《추축국의 유렵 점령지 통치》에서 내린 정의에 비해서는 좁은 개념이지만 상당히 포괄적인 편이어서 단지 대량 살해에만 국한된 내용은 아니었다._36~37쪽
《곰베의 침팬지》 제17장 “영역” 편에서는 한 집단이 카사켈라 공동체에서 분리되어 다른 계곡에서 생활을 시작하면서 드러낸 공격성과 폭력을 주로 다룬다. 이와 동시에 땅과 영역에 대한 욕구, 제노사이드, 전쟁, 낯선 암컷과 때로는 자기 새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문제를 제기한다. 또한 구달은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이번 장의 기본 전제가 무엇인지 설명한다. 한 집단을 가장 잘 연구하려면 그 집단 하나만을 보지 말고 다른 집단과의 상호작용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구달은 침팬지의 사회조직에 나타난 특정한 양상이 카사켈라 집단이 분리될 때 일어난 일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간주한다. 남아 있는 카사켈라 공동체에는 수컷 전사들이 상대적으로 많았으며, 남쪽으로 이주해 지금은 이웃으로 지내는 신생 카하마Kahama 공동체에는 수컷의 수가 적었다. 대부분의 영장류 집단(예를 들어 곰베의 개코원숭이)과 달리, 침팬지는 일정하게 무리를 지어 이동하지도 않고 예측 가능한 경로를 따라가지도 않는다. 그 바람에 혼자 있던 수컷이 이웃 집단의 수컷들과 느닷없이 마주친다거나 수컷 한 무리가 혼자 남은 암컷을 기습하기도 한다. 수컷 침팬지들은 태어난 집단에 남는 반면, 암컷 침팬지들은 무리를 떠나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 다른 무리로 이주한 어린 암컷들이 상주하던 암컷들의 난폭한 적개심을 감당해야 할 때도 많다._43쪽
2장 고대 그리스의 제노사이드: 헤로도토스와 투키디데스
《역사》의 프레임 스토리를 살펴보면, 살라미스해전에서 페르시아를 격파한 아테네인, 아니 우세한 그리스 해군은 이오니아 섬과 아테네 동쪽의 도시국가에서 제국을 건설하기 시작한다. 이곳은 페르시아가 예전에 제국의 일부로 다스리던 지역이다. 헤로도토스에 따르면, 새로운 속국을 쟁취하고 나면 승리를 거둔 아테네인들에게는 특정한 가치관이 형성된다. 그리스 섬에 사는 사람들에게서 공물을 뜯어낸 테미스토클레스처럼 약탈을 일삼는 장군들의 경우에는 이런 가치관이 특히 두드러진다. 여기서 말하는 가치관이란 탐욕, 욕심, 오만 그리고 자신의 본모습마저 기꺼이 저버릴 수 있는 마음이다(제8권 111∼112장).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아테네인은 제국을 건설하여 지켜나가면서 이제 새로운 역사적 상황을 맞이한다. 테미스토클레스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아테네인의 도덕성과 윤리의식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새로운 속국들의 미래는 말할 것도 없이 아테네의 미래에 암울한 징조가 드리워진다. 그뿐 아니라 아테네는 물론이고 그 새로운 제국적 위상과 자아상을 상대해야 하는 그리스의 다른 나라에도 불길한 문제들을 떠안기는 셈이 되었다.79쪽
페리클레스가 아테네에서 숭배한 것은 우리가 근대에 들어 ‘지배 민족’이나 인종민주주의로 인식했던 것들이다(인종차별 정책하의 남아프리카공화국이나 시온주의를 옹호하는 이스라엘 같은 정착형 식민지 국가를 생각해보면 된다). 아테네에서 참여 시민이 될 자격이 있는 소수 집단은 오직 아테네의 남자이며, 제국의 속국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 따르면, 민주국가는 언제든 “지배 민족”이 될 운명이었다. 제국을 건설하고 싶은 경우라면 더욱 그러했다. 그러나 결코 포괄적 민주국가는 아니었으며 제한적이고 조건부적인 시민권만 인정되었다. 이러한 민주국가는 도덕성을 배제했기 때문에 민주주의의 위대함을 증명하는 지표인 고매한 가치관을 손상시킬 수밖에 없다._83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