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외로운 행성의 고백

.사랑 그리움 외로움 .발효 .비상 .아름다운 궤도

남편은 나의 여성으로서의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나보다. 스스로 세상 최고의 남편인 그는 마누라인 내가 '성숙해가는 여성'이기 이전에 그저 '아내, 아이들 엄마'로서 마치 벽에 박힌 못처럼 늘 그렇게 존재하기를 원하는 것 같다. 어쩜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지도 모른다. 그래야만 모든 것이 익숙하게 굴러갈 테니까.

문제는 나 자신이 점점 변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내 삶을 끈끈하게 만든 모성도 조금씩 점도가 약해지고(약해지지 않더라도 약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가족과 남편에 대한 사랑도 형태와 빛깔이 변해가고 있다. 잘하지도 못하면서 잘해야만 한다는 평생의 부담도 조금씩 허물어져가고 있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못난 나를, 약하고 지지리도 헤매는 나를 이해하고 부둥켜안게 되었다는 것.

그간의 노심초사야 내놓을 게 못 되지만, 그것은 마치 사춘기 적 알을 깨고 나와야 하는 그것과 마찬가지로, 참신하면서 도전적이고 몹시도 감성적인 고통을 수반했다. 아마 이것은 또 한 번의 사춘기를 통해 "나는 누구인가?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