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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운동 > 시민운동/NGO/NPO
· ISBN : 9788996277446
· 쪽수 : 280쪽
책 소개
목차
들어가는 말
1장 숲
2장 마을
3장 이 사람이 네 남편이다
4장 놉 아주머니
5장 뻐으 아주머니
6장 외국인들
7장 프랑스 대사관
8장 프랑스
9장 끄라체(Krati?)에서
10장 새로운 시작
11장 수호천사
12장 아스투리아스 왕자와 틀록 쯔러이 마을
13장 아페십(AFESIP)
14장 피해자들
15장 결의
감사의 말
나가는 말
리뷰
책속에서
크라체를 방문하며
난 그 여자아이들을 알고 있었다. 그 애들은 바로 나였다. 난 그 애들의 삶이 어떤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 후로 난 강가에 있는 국경 없는 의사회의 집에 돌아가서도 더 이상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난 아픈 채 병원을 나서서 그날 저녁부터 다시 손님들에게 구타를 당하고 강간을 당하러 돌아가야 하는 아이들을 매일 밤 떠올렸다.
내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기분이 들었다. 난 아이들이 갇혀 살고 있는 지금 생활, 그리고 이제 나와는 거리가 먼 길거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그 일은 다른 사람들은 할 수 없는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난 그 일을 해야만 했다.
난 그 아이들이 어디 있을지 알고 있었다. 그 아이들이 사는 세상과 내가 걸어온 길이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아이들과 대화하는 방식도 알고 있었다. 아이들과 대화하기 위해서는 말보다는 우리 사이에 공존하는 느낌이 더 중요했다. 피해자가 또 다른 피해자를 만나게 되면 그 둘 사이에는 이해의 시선이 오가게 된다. 바로 그 이해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난 그 아이들과 공통점을 갖고 있었고 그 아이들은 날 믿었다. 그러니 내가 그 아이들을 도와야 했다. … MSF에 있는 피에르의 상사에게 이 이야기를 하고 매춘부들에게 나눠줄 수 있도록 콘돔 재고품을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네모난 비누 수십 개도 함께 요청했다. 그러면서 비누와 콘돔이 의약품은 아닐지 몰라도 질병을 예방하는 데 아주 중요하다는 사실을 역설했다.
15장 결의 중에서
이 책을 쓰면서부터 난 더 이상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책을 쓰다보면 속이 메스꺼웠다. 그리고 어릴 때 느꼈던 모든 공포가 되살아나는 악몽을 꾸었다. 그런 지독한 악몽과 역겨움을 안고 남은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날 짓누르고 있는 기억의 짐을 없애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그 짐들은 끔찍했던 순간을 떠올리게 만들고 샤워를 하고 또 하고, 가능한 한 세게 몸을 밀고 온몸을 크림으로 떡칠을 하고 향수에 몸을 담그게 한다. … 내가 남편이나 가까운 친구들에게 내 자신이 더럽게 느껴진다고 털어놓으면 그들은 내게 그건 사실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리고 내가 그들에게 이런저런 존재일 수는 있지만 내가 더러운 건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런 말들도 내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가 더럽다고 느껴진다는 말을 할 수 있고 그 말을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들은 나와 똑같은 시간을 겪어 온 여자아이들뿐이다. …
처음 우리가 이 일을 시작했을 때 우리는 작은 매춘업소들조차 문을 닫게 만들 능력이 없었다. 게다가 경험도 많지 않았고 포주들은 그런 우리를 비웃었다. 하지만 이후부터 시간과 인력, 지원이 제공되면서 이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커다란 매춘 업소들이 우리의 도전 대상이 되었다.
우리는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우리는 이제껏 10년 동안 일을 해 왔지만 경찰과 제대로 된 협력을 시작한 건 고작 3년밖에 안 됐다. 사법 체계 역시 조금씩 개선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요즘에는 AFESIP 관련 사건이 접수되면 판사들도 좀 더 신중히 사건을 검토한다. 우리가 사건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걸 그들도 알기 때문이다.
캄보디아 어린 성노예들의 비참함
당시 내가 받은 벌도 너무나 혹독했지만 요즘 매춘부들이 받는 벌은 내가 받았던 그 어떤 벌보다 훨씬 가혹하다. 뻐으 아주머니의 집에 있을 때는 전기 고문을 받았던 한 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매질당하거나 본인이 두려워하는 것, 이를 테면 뱀으로 벌을 받았다.
그런데 이제는 매춘업소에 있는 여자아이들의 두개골에 못이 박히는 일들도 눈에 띈다. 믿을 수 없는 얘기로 들리겠지만 우리는 사진도 갖고 있다. 여자아이들은 사슬에 묶여 전선으로 매를 맞는다. 그리고 점점 미쳐 간다. 실제로 우리는 완전히 제정신이 아닌 여러 아이들을 매춘업소에서 구해낸 적도 있다.
최근에는 죽은 여자아이 몇 명이 매춘업소의 하수구에서 발견된 사건도 있었다. 아이들은 익사한 상태였다. 또 한 번은 화재가 난 뒤 경찰들이 쇠사슬로 묶여 있는 여자아이들 여러 명의 시신을 발견하기도 했다. 경찰들은 매춘업소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주인이 지목되는 일은 없으며 그에 대한 조치도 이뤄지지 않는다. 주인의 인맥은 너무나 많은 반면 여자아이들의 뒤를 봐 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요즘 매춘업소에서 탈출한 매춘부들의 몸에 난 칼에 벤 자국과 채찍 자국은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을 지경이다. 그렇게 몸에 난 상처들은 손님들이나 포주들이 한 짓이다.
요즘 들어 매춘업소 여자아이들의 연령층 역시 점차 낮아지고 있다. 이는 캄보디아의 남자들이 숫처녀를 겁탈하는 데 1주일에 1,000달러씩을 지불하기 때문이다. 숫처녀를 얻기 위해서는 항상 1주일 치를 지불해야 한다. 숫처녀와의 성관계는 체력을 강화해 주고 남성의 수명을 연장시키며 심지어 피부를 밝게 만든다고 믿는다. 그래서 매춘업소에서는 요즘 손님들에게 숫처녀임을 확실히 보장하기 위해 그만큼 어린 아이들을 팔고 있다. 그중에는 대여섯 살밖에 안 된 아주 어린아이들도 종종 있다. 그렇게 1주일의 계약 기간이 끝나고 나면 그들은 마취제 없이 아이들의 음부를 꿰매고 또 다시 시장에 내놓는다. 처녀들은 보통 첫 경험에서 소리를 지르고 피가 난다. 그런데 이런 방법을 이용하면 여자아이들은 이번에도, 다음에도, 또 그 다음에도 계속해서 소리를 지르고 피를 흘리게 된다. 이런 식으로 서너 차례나 반복하는 것이다.
부자들에게 처녀 공급을 전문으로 하는 매춘업소는 악이 산재하는 곳이다. 몇 달이 지나 아이의 몸값이 떨어지면 그들은 그 아이를 가차 없이 팔아버린다. 희소성 을 원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있게 마련이며 매춘업소 주인들의 대부분은 가족 관계를 이용한다. 즉, 바탐방이나 뽀이뻿에서 여자아이를 데려 오거나 맞바꿔 오는 등의 거래를 담당하는 사촌들이 항상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