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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96472049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11-02-15
책 소개
목차
서점주님들께
제1장 유령서점
제2장 콘파이프 클럽
제3장 티타니아 도착
제4장 사라지는 책
제5장 오브리는 도중까지 걷다―나머지는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제6장 티타니아, 일을 배우다
제7장 오브리, 방을 빌리다
제8장 오브리는 영화를 보러 가고, 독일어를 좀 더 잘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생각한다
제9장 다시 이야기의 진행은 늦어진다
제10장 로저, 냉장고를 뒤지다
제11장 티타니아, 침대 속에서 독서를 시도하다
제12장 오브리, 타인과는 다른 서비스를 결심하다
제13장 러들로 가의 전투
제14장 『크롬웰 전기』 최후의 등장
제15장 채프먼 씨, 마법의 지팡이를 휘두르다
책속에서
내가 하고 있는 장사는 내가 자극을 준 마음이 선전하지. 그리고 한마디 덧붙이겠는데, 책을 파는 것은 다른 장사와는 다르네. 사람들은 자신이 책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어. 나는 얼핏 보기만 해도 자네의 마음이 독서부족으로 병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지만 놀랍게도 자네는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어! 사람은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입거나 마음의 병에 걸려 위험을 느끼기 전에는 서점에 오지 않는 법일세. 그런 상태에 빠지고 나서야 비로소 서점을 찾지. 내 생각에 선전의 효용이라는 건, 어디 한 군데 아픈 구석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의사를 찾아가보라고 충고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네. 자네는 사람들이 어째서 예전보다 더 많이 책을 읽게 되었는지 알고 있는가? 전쟁이라는 커다란 참사로 인해 모든 사람들이 마음에 병이 들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일세. 세계는 온갖 종류의 정신적 열병, 통증, 장애에 침범을 당하고 있었지만 그 사실을 깨닫지 못했었지. 그러나 이제는 마음의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분명하게 알고 있어. 재난이 지난 지금, 모든 사람들이 탐욕스럽게, 황급히 책을 읽으며 우리 마음의 어디가 병들었던 것인지를 알려 하고 있어.
글래드피스트 ― 그들이 불안하다는 듯 더듬거리는 모습이나 기묘한 책을 결정하는 모습을 관찰하는 것은 참으로 흥미로운 일이야. 책을 사는 이유라는 것이 대부분은 표지가 매력적이라거나, 값이 1달러 50센트가 아니라 1달러 25센트이기 때문이라거나, 서평을 봤기 때문이라고 하지. ‘서평’이라는 것도 가만히 들어보면 대부분은 광고를 말하는 것이지만. 책을 사는 사람 중 그것을 구별할 줄 아는 사람은 천 명에 한 명도 없을 거야.
미프린 ― 자네의 생각은 무자비하고, 쓸쓸하고, 잘못되었네! 고칠 수 있는 병으로 괴로워하는 사람을 보고도 그 고통을 덜어주려 하지 않는 의사를 보면 자네는 어떤 생각이 들겠는가?
오브리의 의식 속에는 늘어선 책들과 타오르는 석탄과 풍만한 여주인 그리고 붙임성이 좋은 테리어가 흐릿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러나 총명한 젊은이의 마음은 오로지 한 점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었으며, 이러한 것들은 전부 상냥한 수습 점원의 부속물에 지나지 않았다. 젊은이의 감각이 참으로 중요한 데이터를 얼마나 빨리 끌어 모아 흡수했는지 모른다! 그쪽으로는 시선을 준 것 같지도 않았는데 그는 인간에게 가능한 가장 놀라운, 전광석화 같은 계산을 끝내버린 것이었다. 그가 알고 있는 젊은 여성들을 전부 더한 뒤, 그 총계가 눈앞에 있는 아가씨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태양계와 광고업을 포함해 자신이 알고 있는 우주에서 이 새로운 경이를 빼고 나면 나머지는 마이너스 숫자가 된다는 사실을 그는 깨달았다. 자신의 지성의 내용에, 언제까지고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그가 멋대로 결정해버린 티타니아의 아름다움이라는 정수를 곱해보니 (내 기억에 틀림이 없다면 선생님은 이것을 ‘곱셈’이라고 했다.) 거기서 구슬과 같은 아기가 태어났기에 깜짝 놀랐다. 그리고 자신의 경력을, 왼쪽에 있는 팔걸이가 달린 의자 속의 존재로 나누어보니 몫이 전혀 떨어지지가 않았다. 로저가 의자를 하나 더 가지고 오는 동안에 그는 이 모든 계산을 마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