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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97831005
· 쪽수 : 400쪽
· 출판일 : 2012-06-10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날 밤, 부부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으나 번팅 부인은 좀처럼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눈을 뜬 채 근처 오래 된 교회의 종루가 한 시간 간격으로, 30분 간격으로, 15분 간격으로 울리는 종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러다 막 잠이 들려는 순간―틀림없이 1시쯤이었다― 거의 무의식중에 기다리고 있던 소리를 들었다. 그것은 하숙인이 그녀의 방 바로 앞 계단을 살금살금 내려오는 발소리였다.
그는 한껏 죽인 발걸음으로 복도를 지나 조용히,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
“번팅 부인 잠깐 이쪽으로 와보시겠습니까?”
그 말은 슬루스의 입술에서 발음되었다기보다는 그곳에서 새어나온 숨결처럼 들렸다.
여주인은 두려움을 느끼면서 그 쪽으로 한발 다가갔다.
“당신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이것이 마지막입니다, 번팅 부인.” 하숙인의 얼굴은 아직도 공포와 격렬한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다. “당신의 끔찍한 배반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겁니다. 당신을 믿고 있었는데, 번팅 부인. 그런데 당신은 배신을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하늘의 힘에 의해서 지켜지고 있습니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으니.” 그는 속삭이듯 목소리를 낮춰 다음과 같은 말을 내뱉었다. “당신의 최후는 쑥처럼 쓰고 양날의 검처럼 예리할 겁니다. 그 발은 죽음으로 떨어지고 그 걸음은 음부의 길로 향하게 될 것입니다.”
슬루스는 이 기괴하고 저주스러운 말을 속삭이는 도중에도 시선을 이리저리로 움직여 도망칠 길을 찾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