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97032013
· 쪽수 : 344쪽
· 출판일 : 2011-05-20
책 소개
목차
추천사
글쓴이의 말
일곱 대륙 최고봉
서문
1장 산에 오르기 시작하다
2장 킬리만자로
3장 아콩카과
4장 곤경에 빠지다
5장 데날리(매킨리)
6장 엘브루스, 첫 번째 등정
7장 빈슨 매시프
8장 에베레스트, 첫 번째 등정
9장 엘브루스, 두 번째 등정
10장 칼스텐츠 피라미드
11장 코지어스코
12장 에베레스트, 두 번째 등정―세상의 꼭대기에서
부록 : 등반 장비 목록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책속에서
결국 나는 혼자서 암벽 등반을 시도했다. 무척 두려웠다. 게다가 눈도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누구도 내가 정상에 오르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이 등반은 죽음을 무릅쓰고 위험한 일에 도전하는 것이야말로 스스로 살아 있음을 더욱 생생하게 느끼게 해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첫 번째 경험이었다. 거대한 자연에 맞서 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함으로써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 준 최초의 등정이기도 했다.
이제는 사람들을 따라서 아프리카의 지붕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하산하는 일은 솔직히 말해서 더 위험했다. 다행히 한바탕 설사를 하고 나자 끔직한 통증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였다. 로나가 몇 걸음 앞서 가는 것을 보고 얼른 바위 뒤로 달려가 바지를 벗고 손수건을 꺼냈다. 그리고 자연의 섭리에 맡겼다. 이 순간은 앞으로 계속될 8번의 격렬하고 심한 설사 가운데 첫 번째였다. 설사가 멎자 끔찍하게 쿡쿡 쑤셔 대던 배의 통증이 서서히 잦아들었다. 믿거나 말거나 내가 한 여러 번의 설사는 등반의 지루함을 없애는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되어 동료들의 기분을 전환시켜 주었다.
몇 걸음 걷다가 바위를 발견하면 옆에 기대어 서서 숨을 헐떡거렸다. 그러기를 끊임없이 반복했다. 해발 2만 2,000피트(6,706m)에 도달하자 완전히 미지의 세계가 펼쳐졌다. 허기진 데다 탈수 현상까지 동반하자 동공이 커지면서 환각 상태에 빠진 것이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보이고 그들이 내게 이야기하는 것이 모두 들렸다. “얘, 보야, 어떻게 지내니?”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