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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97176113
· 쪽수 : 152쪽
· 출판일 : 2011-11-20
책 소개
목차
1부
별의 잠
만두―시를 위하여
유쾌한 검객―소나무
수국
나의 잘 나오지 않는 볼펜
숙영식딩
중년
봄동배추를 씹을 때
나무의 후손
길
고요 이야기
고요, 격렬한―내 발 앞의 배추벌레
포도들
2부
소리를 담다
진주 목걸이
항아리에 바친 산
어떤 부활
벌게진 귀
섭섭한 집―빠지는 발톱의 목소리로
누에들
가을 사과나무의 말
학교 주차장의 꽃들
덩굴들
뱀
두 채의 음악-석가탑과 다보탑
사과나무 음악회
푸른 눈들
3부
영덕 복사꽃
복사꽃 그녀
해바라기
목련 1
목련 2
목련 3
산수국
항해
거미집
어떤 예배
콩나물
말을 내다걸다
밤, 배롱나무
불 먹이는 밤-대금
사랑
4부
발자국은 때로 얼마나 징그러운가
무덤은 시간을 넘는다
지금도 어느 물기 머금은 눈이 나를 보고 계신다
계단의 깊이
악어새에 관한 명상
그 절간 앞의 와송臥松
휘둥그레진 눈
대흥사 입구
성
언제나 네 살배기인 봄
어떤 유모
폭설
질투
닭과 모란
해설 이승하-고요함 속에서 생명을 키우는 것들
저자소개
책속에서
고요 이야기
감자를 캐는 밭
벼논을 향해 집개가 짖는다
팔월 벼 자라는 소리에
개가 아는 체한다는 곁의 어머니 말씀
그 고요와 사랑이 만들어내는
소란의 맨 얼굴을
나보담도, 줄기를 끌어당길 때마다
숨겨진 얼굴들 속속 딸려 나오는 걸 솔깃해 하는 나보담도
멍청하게 먼 곳만 쳐다보는 듯한 네가 더 잘 알고 있다니
늙은 개가 짖어댄다
몇 바지게씩의 뜨건
햇살 경전에 몸 파랗게 칠하며
허릴 뒤틀면서 끙끙 아랫도리 힘줄 때 내는
벼들 성장의 신음에 개가 서늘히 내통하고 있다
확실한 소리들,
바보가 들려주는 이야기에는 말고
저 잎잎마다 들썩이는 푸른 투정들 위에
그의 발등 간질이는 자잘한 음절들을 더하고 있다
그 내통에서 밀려나 있는 내 뒤틀린
심사를 안다는 듯이
한 번씩 내 쪽도 봐가면서
흩어지는 푸른 음절로 내 심장을 긁어대고 있다
그 소린 마침내 감자를 파헤치는 호미로 손등 긁어
감춰둔 내 붉은 몇 소절의 노래 흙살에 섞게 하고
무슨 생각하는 게야
어머니 안쓰런 말씀과 눈빛 벌게진 내 손등을 쓰다듬고서야
개와 벼, 아참, 어머니까지 거들어 만드는 그 풍경에 겨우
바짓단 걷고 들어갈 수 있었던가
팔월 나락밭을 개가 짖는다
들판 흔들고 하늘 자잘하게 부수는 그 소릴 먹으며
나락은 절정의 생 흔들며 자란다
살을 데우는 팔월의 대낮이 만드는 고요의 허파 속에선
개들도 벼들의 노랠 들을 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