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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전 일본소설
· ISBN : 9788997386109
· 쪽수 : 243쪽
책 소개
목차
아카이 기모노 7
봄은 마차를 타고 19
옥체御身 43
머리 또는 배 75
미 소 85
나폴레옹과 쇠버짐 39
마르크스의 심판 161
기계 191
작가 연보 233
옮긴이의 글 239
리뷰
책속에서
“에헤헤헤헤헤...”
연신 웃어대는 여자아이의 웃음소리에 큐는 멈출 수가 없었다. 웃음소리에 부채질 당하듯 복도 끝까지 굴러가자 계단이 나타났다. 그러나 큐는 이미 주체할 수가 없었다. 큐는 다시 물구나무를 서서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바짓단이 말려 내려와 작고 하얀 엉덩이가, “멍멍”하고 짖어댈 때마다 조금씩 내려갔다.
“에헤헤헤헤헤헤...”
여자아이는 배를 흔들며 웃었다. 그렇게 두, 세 개의 계단 내려갔을 때였다. 갑자기 큐의 엉덩이가 총에 맞은 새처럼 계단 아래까지 굴러 떨어졌다.
“에헤헤헤헤헤...”
계단 위에서는 여자아이의 높은 웃음소리가 천장까지 닿고 있었다.
----[아카이 기모노]에서
빨간 기모노의 여자아이는 인력거의 포장 속으로 사라져 갔다. 산은 구름에 싸여 흐릿하게 보였다. 빗방울은 언제까지고 떨어지고 있었다. 우편배달부는 누나에게 남편의 묵직한 편지를 던져 주고 갔다.
날이 저물자, 언제나처럼 점등부는 집 앞에 와 있었다. 헌등에는 새 기름이 부어져 있었다. 비에 젖어 반짝이는 잎사귀 안에서 배꽃이 하얗게 피어 있었다. 그리고 점등부는 말없이 다음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아카이 기모노]에서
* 하숙집 어린아이인 큐와 빨강 기모노 여자아이와의 동화적 사랑을 매우 아름답고 슬프면서도 서정적으로 묘사한 [아카이 기모노)
“여보, 다음에 모르핀 좀 사다 줘요.”
“뭐 하려고?”
“마시게요. 모르핀을 마시면 깨지 않고 이대로 계속 잠들 수 있대요.”
“결국 죽는다는 소리잖아.”
“네. 난 이제 죽는 거 따위 조금도 두렵지 않아요. 죽고 나면 얼마나 편하겠어요.”
“당신도 어느 샌가 성숙했군 그래. 그 정도까지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지금이 아니라 언제 죽어도 괜찮을 거야.”
“하지만 당신에게 너무 미안해요. 당신을 괴롭히기만 했어요. 죄송해요.”
“흐음.”
“당신 마음이야 너무 잘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전, 너무 못되게 굴었어요. 제가 한 게 아니에요. 병이 한 거예요.”
“그래, 병이 그런 거야.”
“전 이미 유언이고 뭐고 다 준비해 뒀어요. 하지만 지금은 보여줄 수 없어요. 제 침대 밑에 있으니깐, 제가 죽고 나면 읽어줘요.”
그는 아무 말이 없었다. -실은 슬퍼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슬퍼해야 할 말은 아직은 하지 말아 달라고 그는 생각했다.
----[봄은 마차를 타고]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