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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서양철학 > 현대철학 > 러셀/비트겐슈타인
· ISBN : 9788997680078
· 쪽수 : 376쪽
· 출판일 : 2013-08-26
책 소개
목차
1장 이 모든 게 정치와 무슨 상관인가?
2장 초보자를 위한 철학
3장 인류의 미래
4장 철학자들의 은밀한 속셈
5장 억압받는 자들의 미덕
6장 현대적 정신에 관하여
7장 지적 쓰레기들의 간략한 계보
8장 위대한 스승이 되려면
9장 인류에 도움이 된 관념들
10장 인류에 해를 끼친 관념들
11장 내가 만난 유명인들
12장 스스로 쓴 부고(1937년)
리뷰
책속에서
윤리학이나 가치관에 관한 문제는 모두 잠시 미뤄 두기로 하자. 세상에는 순전히 이론적인 문제들, 시간에 침식되지 않은 채 열렬한 관심을 끌어 모으는 문제들이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과학은 적어도 지금 당장은 답을 제시하지 못한다.
우리는 어떤 의미로든 죽음을 극복할 수 있는가? 극복할 수 있다면 잠시뿐인가, 아니면 영원토록인가? 정신은 물질을 지배할 수 있는가? 아니면 물질이 정신을 완전히 지배하는가? 그도 아니라면 이 둘은 혹시 제한적으로 독립된 것이 아닐까? 우주는 목적을 지니는가? 아니면 필요에 따라 맹목적으로 돌아가는가? 혹시 우주는 무질서한 혼돈일 뿐이고, 우리가 발견했다고 착각하는 자연 법칙들은 그저 질서를 사랑하는 우리 마음이 빚어 낸 환상이 아닐까? 만약 우주적 규모의 계획이라는 것이 있다면, 생명은 우리가 천문학의 힘을 빌려 상상하는 것보다 더 소중한 가치를 차지할까? 아니면 생명을 강조하는 자세는 그저 편협한 자만일 뿐일까?
나는 이러한 문제의 답을 알지 못하며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리라고 믿는다. 그러나 우리가 이러한 문제들을 잊어버리거나 적절한 증거 없이 확실한 답을 얻게 되면, 인류의 삶은 피폐해질 것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흥미를 유지하고 제시된 답안들을 검증하는 것이 바로 철학의 한 가지 기능이다.
2장 ‘초보자를 위한 철학’ 중에서
철학자가 단지 사색만으로 사실을 찾아낼 수 있다는 믿음의 근거는 언어와 언어가 의미하는 대상 사이의 혼돈 외에도 한 가지가 더 있다. 바로 세계가 윤리적으로 만족스러운 것이어야 한다는 확신이다. 《캉디드》에 나오는 팡글로스 박사 같은 낙관주의자는 자기 서재에 앉아 나름의 사고방식에 따라 어떤 식의 우주가 가장 훌륭한지 규명할 수 있다. 또 자기 서재에 머무르는 한, 그는 우주가 그의 윤리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예정되었다고 확신할 수도 있다. 숨을 거둘 때까지 영국 철학계의 권위 있는 지도자 가운데 한 명이었던 버나드 보즌켓 또한 그의 저서 《논리학》에서 겉으로는 논리적 토대를 유지하며 이렇게 주장했다. “예컨대 근대 유럽 및 그 식민지처럼 발달된 문명을 파괴할 만한 어떤 대재앙이 일어나리라고는 믿기 힘들다.” 이처럼 이른바 ‘사고의 법칙’이 기분 좋은 정치적 귀결을 가져오리라고 믿는 능력은 철학적 편견의 한 지표이다. 과학과 반대로 철학은 일종의 자기주장에서 비롯된다. 이는 곧 우리의 목적은 우주의 목적과 중요한 관계를 가지며, 따라서 길게 보면 모든 사건의 과정이 오롯이 우리의 소망대로 될 수밖에 없다는 신념이다. 과학은 이런 식의 낙관주의를 폐기했지만 또 다른 낙관주의로 끌려가고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지성의 힘으로써 이 세계를 우리의 욕망이 거의 충족되는 곳으로 바꿀 수 있다는 신념이다. 이는 형이상학적 낙관주의와 반대되는 실용적 낙관주의이다. 나는 이러한 낙관주의가 미래 세대의 눈에 팡글로스 박사의 낙관주의처럼 어리석은 것으로 비치지 않기를 바란다.
4장 ‘철학자들의 은밀한 속셈’ 중에서
나는 정부가 행동에 나서서 일반 대중으로 하여금 믿게 할 수 있는 헛소리의 영역에는 한계가 없다고 확신한다. 만약 적절한 규모의 군대와 이들에게 평균보다 나은 급여 및 식사를 제공할 권한이 있다면, 단언컨대 나는 30년 안에 대다수 사람들로 하여금 어떠한 허튼소리도 믿게 할 수 있다. 2 더하기 2는 3이라거나, 물은 뜨거워지면 얼어붙고 차가워지면 끓는다거나, 그 외에도 국가의 이익에 봉사하는 것처럼 보이는 헛소리라면 무엇이든 상관없다.
(……) 오로지 최고위층의 공직자들만이 불콰하게 취한 얼굴로 서로의 귀에 대고 이게 다 웬 쓰레기 같은 소리냐고 소곤거릴 것이다. 그러고는 껄껄 웃으며 다시 술잔을 비울 것이다. 오늘날 일부 국가의 정부에서는 이러한 묘사가 결코 풍자에 그치지 않는다.
7장 ‘지적 쓰레기들의 간략한 계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