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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고전
· ISBN : 9788997981038
· 쪽수 : 192쪽
책 소개
목차
〈국어시간에 고전읽기〉를 펴내며
『금오신화』를 읽기 전에
만복사에서 저포 놀이를 하다 | 만복사저포기
●동양 귀신 vs 서양 귀신_ 삼라만상에 귀신들이 산다
이 선비, 담 안을 엿보다 | 이생규장전
●세상에는 세 종류의 신이 있다 _ 좋은 귀신, 나쁜 귀신, 이상한 귀신
부벽정에서 마신 술 | 취유부벽정기
●김시습 가상 인터뷰 _ 역사와 이야기의 만남, 평양
천공의 섬, 염라국 이야기 | 남염부주지
●사십구재와 죽음에 이르는 길 _ 이승과 저승, 돌고 도는 윤회 이야기
초대받은 용궁 잔치 | 용궁부연록
●전기소설, 그 환상 특급의 세계 _ 기묘한 이야기, 소설로 거듭나다
『금오신화』 깊이 읽기 _ 181
『금오신화』를 읽고 나서 _ 나도 이야기꾼! _189
리뷰
책속에서
“나라를 다스리는 자는 폭력으로 백성을 위협해서는 안 되지요. 백성이 겉으로는 흘깃흘깃 눈치를 보며 복종하는 것 같지만, 마음속으로는 반역할 뜻을 품는 법이오. 그러니 언젠가는 꽁꽁 얼음이 얼듯이, 날이 가고 달이 차서 때가 무르익으면 백성이 반역을 꾀하는 재앙이 닥칠 것이오. 덕이 있는 사람이라도 힘만으로 임금이 될 수는 없소. 하늘이 비록 임금이 되라고 간곡하게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그가 일하는 모습을 백성에게 보여서 백성의 뜻에 따라 임금이 되게 한다오. 그러니 옥황상제의 명은 참으로 준엄한 것이오. 나라는 백성의 나라이고 명은 하늘의 명이니, 하늘의 명이 떠나가고 백성의 마음이 외면해 버리면, 임금이 제 한 몸 지키려 한들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겠소?”
염라대왕의 말을 받아 선비는 역대 제왕들이 올바르지 않은 길을 걷다가 재앙을 겪은 일을 말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염라대왕은 줄곧 이맛살을 찌푸렸다.
“백성이 임금의 덕을 칭송하는 노래를 부르는데도 홍수나 가뭄이 닥치는 것은 하늘이 임금에게 거듭 말과 행동을 삼가고 조심하라고 경고하는 것이오. 또한 백성이 임금을 원망하는데도 나라에 좋은 일이 생기는 것은 요괴가 임금에게 더욱 교만하고 방탕하라고 부추기기 때문이오. 역대 제왕에게 좋은 일이 일어난 날이라고 해서, 백성이 편안해하였소, 아니면 원통함을 하소연하였소?”
선비는 염라대왕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간신들이 벌떼처럼 들끓고, 큰 난리가 계속 터지는데도, 임금이 백성을 위협하며 스스로 잘했다 생각하고 거짓된 명예만 구하려 한다면, 그 나라가 어떻게 평화로울 수 있겠습니까?”
염라대왕은 한참을 생각에 잠겼다가 긴 한숨을 지었다.
“그대의 말씀이 참으로 옳소!”
잔치가 끝나고, 염라대왕은 선비에게 왕위를 물려주기 위하여 손수 글을 지었다.
- 「천공의 섬, 염라국 이야기」가운데
전라도 남원 만복사 뜰에는 한 그루 배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봄날이 한창임을 알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