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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98427016
· 쪽수 : 320쪽
책 소개
목차
역자서문 - 숨어 있는 보물 같은 책을 만나다. \ 006
독자들의 여권\ 011
프랑스를 지나서\ 015
리옹, 론강,그리고 아비뇽의 도깨비\ 029
아비뇽을 떠나 제노바로\ 045
제노바와 그 주변\ 055
파르마 모데나 볼로냐를 향해\ 107
볼로냐와 페라라를 지나서\ 123
이탈리아의 꿈\ 133
베로나 만토바 밀라노를 지나 생플롱 고개를 넘어 스위스로\ 147
피사와 시에나를 거쳐 로마로\ 175
로마\ 199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들\ 275
(나폴리/ 폼페이와 헤르쿨라네움/ 파에스툼/ 베수비오/ 몬테 카시노/ 피렌체)
리뷰
책속에서
도깨비 노파가 다시 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살그머니 밖으로 나가더니 종교재판정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바닥의 한 지점에서 멈추어 섰다. 아주 극적인 효과를 노리는 참이었다. 그녀는 일행들이 다 오기를 기다렸다. 무언가 설명하던 용감한 안내원에게 성큼성큼 걸어가 제일 큰 열쇠로 그의 모자를 탁 치더니 입을 다물도록 했다. 그녀는 무덤 주위에 둘러서듯 우리를 마룻바닥에 난 작은 문 주위에 세웠다.
“자, 보시오!”그녀는 문고리를 빤히 보더니 큰 소리와 함께 도깨비 같은 힘으로 그 무거운 문을 열어 젖혔다. “이곳이 지하 감옥이오! 지하 깊은 곳, 무섭고 어두컴컴하고 소름끼치는 곳! 누구도 살아나올 수 없는 곳! 바로 종교재판의 비밀 지하 감옥이오!”
작은 전갈들은 호기심이 많을 뿐이었고 딱정벌레는 여느 때보다 늦는 것인지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개구리들은 공연단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웃집 정원에 개구리들의 영역이 있어서 땅거미가 지면 나막신을 신은 수십 명의 여인들이 물에 젖은 돌길을 잠시도 쉬지 않고 오르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바로 개구리들이 내는 소리였다.
하지만 물은 부두와 성당, 궁전과 감옥의 벽을 씻어 내리고 도시의 비밀스러운 곳들까지 밀려가며 늘 그렇게 가만히 움직이고 있었다. 물은 조용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늙은 뱀처럼 도시를 굽이굽이 휘감으며, 자신의 지배자임을 자처하던 옛 도시 그 깊은 곳의 돌멩이 하나라도 누군가 쳐다볼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물은 나를 멀리 띄워 보냈고 나는 베로나의 오래된 시장에서 눈을 떴다. 그 뒤로 나는 물에 관한 이 이상한 꿈에 대해 몇 번이고 생각을 해보았다. 지금도 그 도시가 그곳에 있을지, 그 도시의 이름이 혹시 베니스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