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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철학 일반 > 교양 철학
· ISBN : 9788998529215
· 쪽수 : 436쪽
· 출판일 : 2019-01-17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1장 | 풍경의 시선
풍경의 습격 / 공간의 떨림 / 한 사람을 위한 풍경 / 자기관여적 관조와 존재론적 순간: 황동규, 김사인 / 세 개의 시선 / 죽음의 시선: 신경림, 파솔리니, 이창동 / 풍경 속을 걷기: 칼데론, 이상, 바울
2장 | 풍경화, 시간성의 공간
풍경의 시선과 풍경화 / 풍경화의 탄생 / 풍경화의 자기반영성: 17세기 네덜란드의 풍경화 / 하늘의 시선과 응시 / 이중의 자기반영성: 프리드리히의 풍경화/ 숭고의 멜랑콜리 / 풍경화로서의 자화상 / 해골, 바로크 근대성의 얼굴
3장 | 바로크 근대성의 공간: 돈키호테, 리바이어던, 햄릿
산초 판사의 지혜 / 이신론자 산초 판사 / 서사시, 소설, 시계제조자로서의 신 / 마법과 기적의 종말 / 광인, 바보, 속물 / 올바름, 사랑, 이익 / 바로크의 우울 / 복수하지 못하는 햄릿과 샤일록
4장 | 무한공간과 절대공간: 갈릴레이, 파스칼, 뉴턴, 스피노자
공간이라는 단어 / 시간 창고로서의 공간·장소·풍경 / 무한공간의 괴물성: 브루노와 갈릴레이 / 무한공간의 공포와 존재론적 간극: 파스칼의 역설 / 뉴턴과 절대공간의 문제성 / 결정론의 공간, 탈인격화되는 신 / 응답하지 못하는 신:『프린키피아』의 신학적 진리로서의 『에티카』 / 객석에 숨어 있는 스피노자의 신
5장 | 공간과 장소: 칸트, 헤겔, 루카치
탈(脫)신비화된 공간과 칸트의 절대성 / 절대성의 이율배반 / 섬뜩한 공간, 신비로운 시간 / 도덕의 우주 지평선: 스피노자 대 칸트 / 절대적인 별 이야기: 루카치와 칸트 / 존재하지 않는 신과의 만남: 루카치와 우디 앨런의 마술 / 반짝이지 않는 헤겔의 별 / 공간에서 장소로: 걸어다니는 절대성
6장 | 장소의 정치
장소, 주관적 공간 / 집과 고향 / 주체를 생산하는 세 개의 장소 / 두려움과 비애 / 장소와 역사 / 장소의 불안 / 장소의 명분론: 신분, 직분, 천분 / 진정성의 변증법 / 장소의 정치, 너머
7장 | 절대공간으로서의 풍경
‘두 번째 풍경’ / ‘두 번째 풍경’의 속성 / 절대공간으로서의 풍경 / 풍경의 응시 / 시선과 응시 / 홍상수의 〈북촌 방향〉 / 숭고, 풍경, 존재론적 순간 / 유령과 좀비의 절대공간
8장 | 운명애
풍경과 운명 / 운명과 운명애 / 다시, 풍경의 시선: 이문구 / 자연, 시간성의 폐허 / 현미경, 단자, 무한성 / 자연사의 시선: 다윈과 벤야민 / 비애의 형식: 밀란 쿤데라 / 풍경의 윤리
인용 및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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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공간이 객관적인 것이라면 장소는 주관적이다. 주체의 개입이 공간과 장소의 차이를 만든다. 공간은 누구의 것도 아니지만 장소는 주인이 있다. 풍경의 주체는 풍경을 보는 사람일 뿐 아니라 그 풍경 안에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사람이며 또한 동시에 풍경에 의해 포착되는 사람이기도 하다.
홍상수의 영화 한 편으로 시작한 것이 17세기 네덜란드의 화가 다비드 베일리의 그림 한 점으로 이어져 갔다. 거기를 향해 가기 위해 스피노자와 뉴턴, 칸트와 헤겔이라는 징검다리가 필요했다. 베일리를 향해 다가가자 거기에 얽혀 있던 사람들, 동갑내기 세익스피어와 갈릴레이가 불거져 나왔고 그 배후에는 세르반테스가 버티고 있었다. 21세기 서울과 17세기 암스테르담이 뒤섞였다. 영화와 회화, 철학과 과학사, 시와 소설이 자기들끼리 만나고 있었다. 나는 그것들이 그렇게 서로 만나고 섞이는 모습을 멀거니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나는 이들이 만들어내는 흐름을 바로크 근대성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풍경의 비애는 스쳐가는 순간의 것이다. 그 비애 속으로, 풍경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사람, 풍경을 바라보는 시선이 아니라 풍경 속을 움직이는 몸이 됨으로써 스스로 걸어 다니는 비애가 되는 사람, 그 사람의 마음을 채우는 것은 슬픔이 아니라 기쁨이다. 그것은 격렬하고 열광적인 환희 같은 것이 아니다. 담담하고 평온한 기쁨, 태연한 기쁨이다. 필연과 우연과 운명 너머에 있는, 운명애의 정동이 바로 그 담담한 기쁨이다. 보람이자 뿌듯함이고, 마침내 해야 할 일을 다 했다고 느끼는 사람, 그만하면 됐다고 스스로를 격려하는 사람의 입가에 감도는 미소 같은 것이다. 바로 그런 담담함과 태연함이 풍경을 사건으로 만든다. 풍경 속을 걷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지금 사건 속을 살아가는 사람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