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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사진 > 사진집
· ISBN : 9788998897109
· 쪽수 : 58쪽
· 출판일 : 2017-09-30
책 소개
책속에서
알지 못하지만 모르지 않는 사람의 가족 이야기
: 황예지의 '절기'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말들
안은별
_중략
10년 만에 엄마가 집으로 돌아오면서 시작되는 두 번째 파트 속에서 황예지는 렌즈 바깥으로 물러난다. 엄마의 존재는 낯설고 크며, 언니는 전과는 다른 인물처럼 보인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아졌지만 그럴수록 입술을 떼지 않겠다고 결심한 사람의 눈빛을 하고 있다. 황예지가 사진 속에 들어가 있지 않다고 해서 두 번째 파트에 드러나는 관계가 사진가와 모델 간의 수직적인 관계와 피사체 간의 수평적인 관계의 집합에만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사진가는 두 사람의 관계를 단순히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세 사람'의 관계를 함께 만들어 나가는 중이다. 엄마의 부재했던 시간을 짐작해야 하고 그 부재가 언니에게 남긴 것을 전부 포착해야 하며, 자신에게 일어난 이 일이 무엇인지도 헤아려야 한다. 사진을 찍어 나가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는 동시에 10년의 공백을 더듬어 나가야 하며, 무엇보다 이 작업 자체가 갖는 수행성, 즉 이 관계를 작품의 소재로 삼는 것이 그들의 역사 속에 어떤 식으로 기입되는가까지를 감당해 나가야 한다. 가족이란 어느 시점을 계기로 시작되거나 도중에 그만두거나 없었던 일인 행세를 할 수 없는 거의 유일한 관계이며, 사진가는 그 고유함을 알면서도 혹은 알기 때문에 어떤 행위로도 완결되지 않는 절대적으로 불안정한 이야기 속으로 뛰어 든다. 그 과정에서 짐작하고 헤아린다는 동사가 두려움과 조심스러움에서 과감함과 용기 있음으로 형질 전환하는 장면을 목격하며, 관객 역시 감상자로서 그 동사를 흉내내 본다.
_후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