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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전 일본소설
· ISBN : 9791128826306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23-08-31
책 소개
목차
서문
권1
제1화 색은 남색과 여색의 경쟁
제2화 이 세계의 기본
제3화 축국장 울타리는 소나무와 단풍나무, 내 님의 허리는 버드나무4
제4화 농어에 넣어서 보낸 편지
제5화 수묵화로 그려진 원망 가득한 겐비시 문양 ·
권2
제1화 당신이 주신 2척 3촌의 검
제2화 우산을 갖고도 젖은 몸
제3화 꿈속의 사카야키
제4화 동쪽 지방의 향목나무 가게 도련님
제5화 눈속의 두견새
권3
제1화 덧씌운 삿갓에 쌓인 원한
제2화 혼내 주려다 죽인 소맷자락의 흰 눈
제3화 중간 와키자시는 타고 남은 연모의 마음
제4화 약도 듣지 않는 상사병 베갯머리 ·
제5화 사랑에 눈먼 것은 황매화 활짝 피었을 때
권4
제1화 연정에 잠긴 앵무조개 술잔
제2화 대신 바치는 목숨은 이름하여 마루소데
제3화 고대하던 것은 3년 만의 목숨
제4화 한결같이 바라보는 늙은 나무의 꽃 피던 시절
제5화 호색 소동은 아소비사의 민폐가 되다
부록 : 일본 고전으로 본 남색과 지고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에서
어느 때는 흐트러진 채 잠들어 있으면 베개를 고쳐 베어 주시고 내 벌어진 가슴을 속에 입은 흰 고소데(小袖)로 가려 주셨다. 또 바람이 불면 감기라도 걸릴세라 걱정하시는 마음 씀씀이가 꿈결에서도 느껴져 분에 넘치는 사랑이 두렵기도 했다. 잠에서 깨면 “우리 둘 말고는 듣는 이도 없다” 하시며 집안의 대사, 큰 도련님에게도 말씀하시지 않은 일들까지 들려주셨다. 또한 서로가 푸른 소나무처럼 변치 말자시며 내 옆얼굴에 난, 남들이 알아채지 못하는 작은 사마귀까지도 신경이 쓰이신다며 손수 솔잎 바늘로 떼어 주셨다. 이래저래 감사한 일만 가득한 세월을 살아왔다. 이 은혜, 지금이라도 영주님께 무슨 일이 생긴다면 세상이 금지한 일인 걸 알지만 주인님을 따라 깨끗이 죽으려 마음먹고 있었다. 그때 입을 수의로 무늬 없는 가미시모(上下)와 자결할 때 쓸 단도를 마련해 두고 유서와 함께 이미 내 혼은 서찰함에 봉해 두었으니, 이 일을 세상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내 꽃다운 자태 지금이 절정이라 조금은 자만했는데 분하구나. 지난달 초순부터 지가와 모리노조(千川森之丞)에게 주인님의 마음이 옮겨 가시니, 세상만사 믿을 게 없어 늦가을 비 내리는 10월 3일에 자결하리라 마음먹었다.
오미(近江) 지방 쓰쿠마(筑摩)의 마쓰리를 보니, 그 마을의 미녀로서 이혼당한 여자나 또는 남편과 사별한 여자 또는 내연관계가 들통 난 여자들에게, 관계한 남자의 수만큼 냄비를 뒤집어쓰고 행렬을 지어 걷게 하는 것이었다. 모습도 곱고 얼굴도 어여쁜 나이 찬 여인이 냄비 하나를 뒤집어쓰고 그마저도 부끄러워하는가 하면, 아직 성년이 되지 않아 후리소데를 입은 여자가 이도 검게 물들이지 않고 눈썹도 밀지 않았는데 큰 냄비를 일곱 개나 겹쳐 쓴 채 머리가 무거워 비틀비틀 걸어가고 그 뒤를 모친이 딸의 무거운 냄비들을 손으로 받쳐 주며 손주들을 업고 안고 또 한 아이는 손을 잡아 이끌며 걷는 경우도 있다.
다이묘가 총애하던 소년이 자라서 처자식이 생긴 뒤에도, 다이묘께서 왠지 모르게 남색 연인 시절을 잊지 않으시는 것은 대단히 훌륭한 일이다. 이런 점을 생각해 보면, 남색은 여색과는 각별히 다른 색이다. 여자는 일시적이다. 소년의 아름다움과 요염함은 남색의 도를 깨닫지 않고는 알 수 없다. 이들은 ‘참으로 한심한 여자의 풍속’이라고 여겨, 시내에 살면서도 동쪽의 이웃과는 불씨도 교환하지 않았다. 어쩌다 시작된 부부싸움에 냄비나 솥을 부수더라도 “본인들 손해일 뿐”이라며 중재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벽 너머에서 거들면서 “주인장, 때려죽이고 소년을 들이시오”라며 이를 가는 것도 우스꽝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