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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서양철학 > 근대철학 > 쇼펜하우어
· ISBN : 9791130323541
· 쪽수 : 308쪽
· 출판일 : 2025-10-31
목차
1막 쇼펜하우어
1장 쇼펜하우어와의 만남 3
2장 쇼펜하우어의 성장기: 방랑, 방황, 그리고 철학으로의 첫걸음 5
3장 쇼펜하우어의 생애와 철학자의 시선에서 본 유럽의 역사 6
4장 쇼펜하우어의 삶의 지혜에 대한 잠언 16
5장 인간 존재에 대한 격언: 고통과 지루함 사이 19
6장 소유에 대한 격언 24
7장 외부로 나타내는 것에 대한 격언: 존경, 명예, 명성 25
8장 삶에 실제적으로 적용할 격언: 고통과 행복을 대하는 자세 27
9장 쇼펜하우어의 행복론: 현재의 중요성과 고독의 가치 30
10장 나이듦을 대하는 태도 33
11장 인간관계에 관한 삶의 지혜: 타인을 대하는 태도 36
12장 세상만사와 운명에 대한 우리의 태도 46
13장 생애 연령별 차이에 대해서 48
2막 바그너
부록 1 <트리스탄과 이졸데> 작품 대본 Libretto von Tristan und Isolde 157
부록 2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약칭: 의표세)에 대한 해설 235
미주 254
1장 베네치아에서 바그너를 만나다 59
2장 바그너의 성장기, 예술적 뿌리 63
3장 바그너의 직업 음악가로서의 시작과 고난 70
4장 바그너의 파리 망명 생활과 예술적 고뇌 75
5장 격동적인 초기 음악 활동과 사회 참여 82
6장 스위스 망명, 예술적 전환,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탄생 94
7장 <트리스탄과 이졸데> 완성, 파리에서의 초연 도전
그리고 뮌헨에서의 추방 112
8장 바이로이트에 정착 124
9장 바이로이트 축제극장 건립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창립 139
10장 바그너의 최후의 유산, <파르지팔> 150
책속에서
<서문>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그는 과연 치킨을 좋아했을까. 치킨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소울푸드인데, 과연 쇼펜하우어한테 이런 질문을 하면 뭐라고 대답할까. 이 질문은 언뜻 엉뚱해 보이지만, 삶의 모든 것을 ‘맹목적인 삶의 의지’가 초래하는 고통으로 규정했던 음울한 철학자에게는 결코 가벼운 물음이 아니다. 쇼펜하우어에게 쾌락이란 그저 고통의 잠정적인 유예일 뿐이었고, 인간의 모든 욕망은 끊임없는 갈증과 실망만을 안겨 주는 무의미한 순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런 쇼펜하우어의 철학에서 자신의 예술을 위한 해답을 발견했다고 고백한 예술가가 있었으니, 바로 리하르트 바그너이다. 한때 지적 위기에 봉착했던 바그너는 쇼펜하우어의 역작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접한 뒤 깊은 감명을 받았고, 이들의 만남은 19세기 유럽 문화의 운명을 뒤바꿀 거대한 서사의 시작이 되었다. 이들의 관계가 낳은 가장 위대한 산물이면서 가장 치명적인 문제작이 바로 음악극 <트리스탄과 이졸데>이다. 오페라가 아니라 음악극이라고 한 이유는 바그너가 극시, 음악, 무용 등을 종합하여 통일한 총체적인 예술을 악극이라고 명명한 데서 음악극이라는 용어가 나왔기 때문이다. 오페라도 넓은 의미에서 음악극의 범주에 포함된다.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중세의 전설을 바탕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비극적인 사랑과 죽음을 노래한다. 사랑의 묘약을 마시고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 두 연인은 현실의 장애물에 부딪히고, 결국 죽음을 통해서만 진정한 사랑을 완성하는 ‘사랑의 죽음 Liebestod’을 맞이한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쇼펜하우어는 삶의 의지로부터 벗어날 것을 역설했지만, 바그너는 그 의지의 가장 격렬한 표현인 사랑과 욕망을 음악으로 승화시켰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숨 막히는 화성과 끝없이 이어지는 선율은, 고통을 부정하고 현실을 초월하려 했던 쇼펜하우어의 철학적 지침과 충돌한다. 과연 이 작품은 의지의 굴레를 초월한 구원의 서사일까, 아니면 그 의지의 맹목성을 찬란하게 긍정하는 예술적 선언일까. 이 책은 쇼펜하우어가 치킨을 좋아했을지 모른다는 엉뚱한 질문에서 출발해, 그와 바그너의 삶과 사유, 그리고 그들의 관계가 응축된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역사적 배경을 망라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쾌락과 고통, 예술과 철학, 삶과 죽음이라는 근본적인 모순을 이해하고, 우리가 마주하는 모든 일상적 욕망 속에서 어떠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지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쇼펜하우어의 냉철한 이성이 미처 담아내지 못했던, 그리고 바그너의 뜨거운 예술이 끝내 폭발시킨 인간의 맹목적인 욕망. 이 책은 그 욕망이 이끌어 낸 비극의 심연을 탐험하는 여정이 될 것이다.”
여기까지 내용은 생성 AI Gemini에게 써 보라고 한 서문을 좀 가다듬었다. 책 본문에 삽인된 그림들도 AI를 활용해서 그려 보았다. 최근에는 쇼펜하우어에 대한 책을 통해 쇼펜하우어에 대해 학습한 AI 챗봇이 등장했다. 이 AI 챗봇은 쇼펜하우어와 직접 채팅으로 대화하는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성악가와 법학자가 직접 쇼펜하우어를 찾아가서 대화를 하는 내용으로 담았다.
리하르트 바그너 작품에 크게 영향을 미쳤던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철학을 들여다보기 위해서, 독일의 성악가와 한국의 헌법학자는 시간을 거슬러 직접 쇼펜하우어를 만나러 간다. 19세기 당대뿐 아니라 현재까지도 살아 숨 쉬고 있는 쇼펜하우어의 철학과 바그너의 음악을 만나기 위해서, 시간 여행을 하듯이 현재와 19세기를 넘나들었다. 쇼펜하우어는 인간의 삶을 의지로 파악하며, 고통과 지루함 사이를 시계추처럼 오가는 인생으로 풀이해 주었다. 고통과 고독의 가치를 온전히 이해하도록 해 주면서, 자신 안의 주관적인 조건인 인간됨, 이를 위한 정신적 수양을 행복의 참된 조건으로 삼는 쇼펜하우어의 행복론의 지침은 고통의 바다를 헤엄치며 살아 내고 있는 우리 인생에 ‘자기 치유’의 가능성을 비춰 준다. (강용수, “쇼펜하우어의 행복론”, 「철학탐구」 제40집, p175) 우리가 왔던 곳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사실, 우리가 다시 돌아갈 곳이 있다는 사실도, 역설적으로 삶이란 것이 살아 낼 가치와 의미가 있다는 희망을 보여 준다. 바그너와 쇼펜하우어는 18세기 말부터 19세기 유럽의 입헌 민주주의가 움트고 있던 시절을 살았다. 바그너는 루드비히 2세와 교류하면서 열렬한 후원을 받기도 했고, 왕정의 폐지와 공화국 수립을 지지하는 연설과 시위로 현실 정치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그러한 관심과 열정들이 그의 13편의 작품들 속에 녹아서 나타남으로써 바그너의 작품 속에서 우리는 현대 입헌 민주주의, 입헌 공화국의 탄생의 역사와 배경을 엿볼 수 있다.
고전 음악가들의 옆에는 법률가 친구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필자는 올해 오스트리아 빈에서 슈베르트 생가에 들렀을 때 슈베르트의 친구이자 후원자로 법률가들이 존재했음을 발견하고 무척 반가웠다. 쇼펜하우어는 평생 플룻을 연주하는 취미를 가지고 있었고 음악을 사랑하였으며, 니체는 법학을 전공하기도 한 철학가이면서 몇 곡의 가곡, 피아노곡, 성가곡을 작곡한 바 있다. 음악하는 철학자, 음악하는 법률가, 철학하는 음악가는 그리 낯선 조합이 아니다. 쇼펜하우어의 얘기대로 하자면, 본래 예술이 유한하고 개별적인 사물 뒤의 영원하고 보편적인 것을 보여 줌으로써 인간의 삶의 고통을 줄여 준다. 의지라는 것이 인간에게 필히 고통을 수반하게 만드는데, 이 의지의 고통을 초월하게 하는 예술의 힘이 가장 두드러진 것이 음악이다. 음악은 다른 예술과 달리 이념의 모사가 아니라 의지 자체의 모사이다. 이념이라는 것도 의지의 객관성에 불과한데 다른 예술이 이념을 모사한 반면, 음악은 의지 그대로 모사한 것이기 때문에 음악이 주는 효과는 다른 예술이 주는 그것보다 훨씬 강렬하고 감동적이다. 이러한 음악에 법률가들이 매료되어 음악가들과 교류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필자들은 인문학, 예술, 법학의 융합 연구의 일환으로 이 책을 내게 된 것이지만, 쇼펜하우어의 철학 관점에서 보자면, 성악가와 법률가가 만나 이러한 책이 나오게 된 것도 우연적 사건이 아니라 의지의 표상으로서 필연적 결과라 해야 할 것 같다.
바그너 음악에서 중요한 대사는 ‘동정심 내지 연민’으로 번역되는 Mitleid와 ‘그리고’의 의미를 가진 und이다. Mitleid는 mit와 leid가 합쳐진 것으로 직역하면 고통을 함께한다는 의미로서, 고전 문학의 중심 주제이면서 모티브가 되었는데 바그너의 음악극에서도 중요한 소재로 사용된다. 여기에서 동정심은 이 감정을 가진 사람이 그 대상에 대해서 우월한 입장에서 내려다보면서 측은하게 여기는 감정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 말 그대로 고통을 함께하는 입장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 그리고 그 근원에는 인간이 불완전한 존재이고 동일한 종적 특성을 가진 존재로서 동일한 바탕인 의지에 의해 움직이면서 살다가 결국 왔던 세계로 다시 돌아간다는 사실을 지적으로 이해하고 관조하는 데에 있다. 이러한 이해와 관조를 통하여 인간의 치유가 시작된다. <트리스탄과 이졸데> 작품에서는 ‘그리고 und’라는 단어가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사랑의 끈으로 이어 주는 것으로 의미하는 대사가 나온다. 상처 입은 트리스탄에게는 의사면허가 있는 의사선생님이 아니라 이졸데라는 사랑의 존재가 곧 의사이다. 고통을 함께하며 사랑의 끈으로 이어져 있는 사람들의 관계는 상처를 가진 불완전한 인간를 치유해 주는 하나의 방편이고, 고독한 인생에 위로와 재미를 주는 요소이다.
쇼펜하우어는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책에서 고독한 인간 존재의 본질과 인간과 세계와의 관계를 그리고 있는데, 이 책의 분량도 상당하지만 내용을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전영천 선생님이 이 책 내용을 친절하게 유튜브를 통해서 설명해주고 있다. 게다가 베이스바리톤 성악가 전영천 선생님이 직접 피아노를 치며 부른 슈베르트의 가곡 <마왕> 연주는 독자를 위한 보너스이다. 책을 읽다가 듣고 싶으면 연결해 볼 수 있도록 QR코드를 삽입해 두었다. <트리스탄과 이졸데> 작품이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바탕으로 작곡되었는데,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이해하고 감상해 보면 이 작품에 왜 우주 같은 분위기가 풍기는지, 어떤 캐릭터나 상황이 등장할 때 꼭 등장하는 테마곡, 이른바 라이트모티브가 어디에서 왔는지, 현대인들에게는 ‘스타워즈’와 같은 SF 영화 음악에서 외계 세계를 연상시키는 불협화음으로 익숙해진 음색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깊이 이해하게 된다. (스타워즈의 작곡가 존 윌리엄스는 바그너의 라이트모티브 기법과 음악적 영감을 받아 스타워즈의 주요 캐릭터나 사건들마다 독특한 음악적 테마를 작곡하는 데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이 책에 나오는 쇼펜하우어의 대사는 아르투어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Die Welt als Wille und Vorstellung (Anaconda Verlag, 2022)와 『삶의 지혜에 대한 잠언』 Aphorismen zur Lebensweisheit (Anaconda Verlag, 2022) 독일어 원전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쇼펜하우어와 바그너에 대한 작품을 독일어 원전에서 확인하고 싶은 이들을 위해서 원문의 독일어는 미주로 정리하였다. 본문에 독일어가 병기되어 있으면 한국인들의 독서를 방해할까 봐 미주로 따로 정리했으니, 독일어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미주만 집중적으로 보아도 좋겠다. 부록으로 <트리스탄과 이졸데> 작품 대본의 번역본은 독일어와 한국어를 병기하여 수록하였으니, 공연을 보기 전에 미리 읽어 보거나 공연의 감동을 다시 느끼고 싶을 때에도 유용하게 읽어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 무대초연으로 올려지기까지 수년 동안의 준비와 인고의 시간이 필요했듯이 이 책도 기획한 지 수년 만에 드디어 빛을 보게 된다. 종합예술작품인 음악극
<트리스탄과 이졸데> 작품의 한 조각으로서, 오페라의 해설서로서, 그리고 예술, 철학, 법학의 융합 과목 교재로도 이 책이 활용되기를 바란다. 예술계와 철학계의 현존하는 리더 4분께서 영광스럽게도 추천의 글로 이 책과 세상에 다리를 놓아주셨다. 국립오페라단 최상호 단장님, 독일 바이마르와 코트부스, 스위스 베른에서 극장장을 역임하고 독일 콧부스 국립극장에서 연출가로 활동하면서 이번 2025년 12월 <트리스탄과 이졸데> 한국 공연의 연출을 맡으신 슈테판 메르키 선생님, 좋은 친구 철학자인 동국대 남성일 선생님과 심지원 교수님께 감사드린다. 이 책이 나오는 것에 누구보다도 기뻐하시며 기대와 격려로 힘을 주신 존경하는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이승구 교수님, 디자인 전공자로 수업 조교에 연구 조교까지 해 주면서 너무 바쁜 와중에 이 책의 교정을 보느라 힘들었을 연세대학교 조예찬 석사생, 그리고 편집자로 수고해 주셔서 책을 훌륭하게 마무리해 주신 박영사 김용순 과장님께도 감사드린다. 첫 실험적인 대중서를 펼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분, 우리의 처음이자 돌아갈 곳 되시는 하나님께 영광을!
저자를 대표하여 엄주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