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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전 한국소설
· ISBN : 9791130411644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13-10-28
책 소개
목차
지장보살(地藏菩薩)
해설
지은이에 대해
엮은이에 대해
책속에서
복내덕은 불빛에 언뜻 보니 토굴 한구석 그중 으슥한 곳에 크나큰 나무통 두엇이 놓였는데, 그 속에도 무엇이 들었는지 통 뚜에를 박철(縛鐵)로 삥 두르고 나사못으로 듬성듬성 박아 꼭 봉했는지라, 가만히 생각키를, 통 뚜에를 저리 단단하게 봉했으니 저 속에 있는 것이 여간 은금보패(銀金寶貝) 뿐이 아니라 싶어, 기계창으로 가 도끼 한 자루를 얻어 들고 와서 통 뚜에를 우지끈 뚝딱 깨치고 보니, 그 속의 것이 모두 화주(火酒)라. 방장 켤 것이 없어 근심을 하던 차 천만뜻밖 화주를 얻으니, 목전의 긴요할 상은 여간 은금보패에 비할 바가 아니니 기쁜 마음이 어떠하리요.
그 후로는 매양 나무 조각에다 화주를 묻혀 불을 켠즉 촉이 없어도 곤색(困塞)함이 없으나, 화주에 불을 한 번만 달이면 거림(煤氣)이 대단하여 눈을 뜰 수 없는 고로 박부득한 경우 전에는 마구 켜지를 않더니, 하루는 노피득이 복내덕을 불러 우물 아래 세우고,
(노피득) “네가 요새 무슨 불을 켰느냐?”
(복) “아니올시다. 근래 불 켜 본 일이 도무지 없읍니다.”
(노) “허, 미거한 자식이로다. 내가 마침 굴 밖을 지나다가 시꺼먼 연기가 돌 틈으로 꾸역꾸역 나오는 것을 보고 와 묻는데 그래도 발명을 하느냐?”
하며 지재지삼(至再至三) 힐문을 하니, 복내덕이 할 수 없이 바른대로 고하고 다시 하는 말이,
“지금도 성냥이 많으니 촉은 없어도 화주만 켰으면 넉넉히 지낼 터이올시다.”
(노) “허, 화주 화주. 허, 네가 화주통을 얻었드란 말이냐? 이후에는 다시 켜지를 말어라.”
(복) “왜 화주도 켜지를 말라 하십니까? 촉을 얻기 전은 그 말씀을 봉승치 못하겠읍니다.”
(노) “이렇게 이른 뒤에 듣지 않으면 조석밥까지 안 주겠다.”
(복) “흥, 증손이 토굴 속에 한 번 들어온 이상은 벌써 죽기로 결단을 하였은즉, 굶어 죽은들 무엇이 원통하겠읍니까? 다행히 화주 두 통이 있으니 거기다 불을 질러 놓았으면 그 힘이 족히 중도옥 하나는 무찔러 버릴 것이요, 또한 뒷사람의 해를 덜겠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