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문화/문화이론 > 문화사
· ISBN : 9791187809197
· 쪽수 : 200쪽
· 출판일 : 2017-11-03
책 소개
목차
80~90년대로 가는 ‘티켓, 다방’
<선데이서울>, 욕망의 만화경에 비친 통속의 시대
1990, 사고의 기억은 안녕한가요
욕망의 스토어: 24시 편의점의 추억
박물관과 수학여행
그땐 그랬지, 국민학교 어린이 생활 탐구!
8090 TV 만화영화의 세계
걷는 좀비 위에 뛰는 강시 있다
8090 오락실 문화
저자소개
책속에서
책머리에
최근 복고문화의 열풍이 불고 있다. 복고의 주요 무대는 1980년대와 1990년대, 이른바 ‘8090’시대의 문화다. 옛것이 다시 인기를 끌고 과거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현대문화의 특징적인 현상이다. 현재의 삶이 각박하기만 하면 어느새 과거는 알록달록 추억의 옷을 입고 눈앞에 어른거린다. 분명 과거의 형편이 지금보다 나았을리 없으련만, 과거는 고달픈 현재보다 행복했던 시절로 떠오른다. 그러니 복고의 유행이란 달리 보면 ‘지금-여기’의 삶이 그만큼 고달프고 어렵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나마 우리가 언제라도 위로받을 수 있는 마음의 고향으로 과거가 존재한다는 것이 다행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8090’시대의 문화가 최근 복고문화의 주역이 된 것은 아마도 tv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의 영향 때문일 것이다. ‘쎄시봉’으로 대변되는 1970년대 청년문화도 재조명되고 있지만, 이 역시 2012년부터 시작된 ‘응답하라 시리즈’가 형성한 복고 유행의 여파로 인기를 얻은 바가 크다. 그런데 tv드라마의 영향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 많은 과거 시대 중에 유독 ‘8090’시대의 문화가 다시 유행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왜 지금 80년대와 90년대의 과거가 회귀하는 것일까?
흔히 80년대와 90년대는 함께 묶여 거론되지 않는다. 물과 기름처럼 두 시대가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집단과 개인, 정치와 문화, 이념과 욕망, 노동과 소비 등 두 시대를 대표하는 키워드들을 나란히 놓고 보면 그대로 반대말의 대조표가 만들어진다. 그래서 현대사를 뒤적여보면 늘 80년대와 90년대는 서로 다른 챕터에 배정되어 있다. 80년대와 90년대 사이에는 커다란 역사적 간극이 놓여 있다.
이렇게 보면 ‘8090’이라는 새로운 시대구분의 방식은 어색하기 짝이 없다. 80년대와 90년대를 나누어 설명하던 버릇은 어디가고 갑자기 두 시대가 격의 없이 다정한 사이처럼 함께 명명되고 있는 게다. 왜 ‘8090’이라는 표현은 어색하지 않을까? 그것은 아마도 두 시대를 연결하는 어떤 공통점을 발견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 공통점이란 바로 문화의 시각이다. 과거의 자질구레한 문화적 소품들을 오롯이 되새기는 ‘응답하라’ 시리즈가 보여준 것도 두 시대를 하나로 이어붙이는 문화적 공통분모이다. 80년대와 90년대는 이질적일 정도로 다른 시대인 것은 맞지만, 다른 한편으로 두 시대의 공통점을 찾을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역사는 다면적이고 늘 새로운 해석이 가미되는 열린 이야기다. 80년대와 90년대는 오래도록 불화했지만, 이제 두 시대를 연결할 수 있는 어떤 지평이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8090’시대의 복고 현상은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유행이지만, 또한 과거를 다시 재해석하려는 우리 시대의 어떤 징후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그것은 80년대와 90년 사이 거대한 단절, 그 역사적 상처를 치유하려는 집단적 소망이 반영된 현상일지도 모른다. 80년대와 90년대를 이어붙이려는 복고 현상의 후경에 촛불집회의 모습이 어른거리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일까?
이 책은 기본적으로 문화적 관점에서 80년대와 90년대의 풍경을 되돌아보고자 하는 기획의 산물이다. 복고가 유행하는 시류에 편승하는 기획으로 비칠지 모르지만, 이 책의 의도는 그러한 복고의 흐름에서 더 깊이, 더 멀리 나아가보려는 데 있다. 9가지의 키워드로 들여다본 ‘8090’시대의 문화와, 그 속에 깃든 우리의 과거 삶의 모습은 친숙하면서도 어딘가 낯설다.
이 책이 그려낸 지난 시절의 풍경은 우리 자신의 낯선 자화상이다. 다시 되돌아가고 싶지만, 정작 복고의 풍경 속으로 성큼 들어가보면 우리가 알지 못했던 ‘자아’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80년대와 90년대의 단절을 극복하는 거창한 시대사적 정신에는 부응하지 못하더라도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우리의 낯선 과거, 낯선 자기 자신과 진정으로 대면하고 화해하는 계기를 얻는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다.
이 책은 9명의 필자들이 함께 쓰고 엮었다. 그 중 여럿은 식민지 조선의 문화를 주제로 이미 함께 책을 엮은 바 있다. 이번에 유능한 필력을 지닌 새로운 필자들이 참여하여 다시 한번 공동의 결과물을 선보인다. 책을 펴낼 새로운 둥지도 찾았다. 각각 개성이 다른 글들이 가지런히 정돈되고 준수한 외양을 갖췄다. 이병일 사장님을 비롯한 더메이커의 편집자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