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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전 일본소설
· ISBN : 9791130474267
· 쪽수 : 366쪽
· 출판일 : 2016-04-28
책 소개
목차
바다에서 사는 사람들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에서
하급 선원들은 이 작업을 되풀이해야 했다. 무지하게 참기 힘든 일이었지만 견뎌 내야 했다. 결국 여덟 번을 반복했다. 이 작업은 여드레 동안 항해하거나 여드레 동안 감금당하는 일보다도 훨씬 길게 느껴졌다. 결국 네 시간 반이 걸렸다. 하급 선원들은 물 먹은 솜처럼 피곤에 절었다.
이등 항해사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 밤샘 작업을 하려던 마음을 바꾸었다. 그 역시 물 먹은 솜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선원들이 빈대가 기다리다 지쳐 버린 잠자리로 기어 들어간 시간은 오전 1시 15분 전이었다. 그곳에선 잠조차 잠을 잤다.
홍콩으로 입항했을 때는 여자들을 뱃머리 쪽 물탱크로 옮기는 것을 잊지 않았던 갑판장이, 잠시 정신이 나갔는지 아니면 들떠 있었는지 싱가포르에서는 여자들을 체인 로커에서 빼내는 것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닻을 내리자 끔찍한 상황이 벌어졌다. 쇠사슬과 사람의 살점, 뼛조각, 멍석 조각이 뒤엉켰던 것이다. 밀항하려던 열세 명의 여자들은 갈가리 찢기고 부서져 체인 구멍과 허공, 또는 쇠사슬과 함께 바다로 떨어져 나갔다. 뱃머리 갑판에 서 있던 갑판장과 목수는 물론이고 하급 선원들과 일등 항해사들도 젓갈처럼 되어 버린 사람의 살점을 한가득 뒤집어썼다.
하다는 체인 로커의 그런 역사가 가뜩이나 힘든 노동을 더 한층 불쾌하고 고달프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자, 체인 로커에 들어가기가 죽기보다 싫어졌다. 그래서인지 구멍을 통해 빨려 들어오는 쇠사슬 하나하나가 마치 자신을 노리고 날아올 것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