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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30614250
· 쪽수 : 316쪽
· 출판일 : 2017-09-20
책 소개
목차
주식회사 히어로즈 ·· 007
STEP_01 아수라장을 겪다 ·· 013
STEP_02 넘어야 할 장벽 ·· 075
STEP_03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 ·· 151
STEP_04 과거에서 벗어나기 ·· 201
STEP_05 다시 만난 갈림길 ·· 241
NEXT STAGE 히어로즈 ·· 273
작가의 말 ·· 310
리뷰
책속에서
어딘가에서 매앰맴맴 하고 매미 울음소리가 들렸다.
‘이러엏게, 이렇게 말이지…….’
사발 모양으로 모아 살그머니 움직이는, 주삿바늘이 꽂혀 있는 할아버지의 주름진 손등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나는 무심히 소리가 들린 곳을 찾았다.
이글이글 열기를 내뿜는 아스팔트 위, 억지로 심어놓은 것처럼 똑같은 간격으로 늘어선 나무. 이 콘크리트 밑에 흙이라고는 도무지 남아 있을 것 같지 않은데, 어디에서 양분을 끌어오는지 신기할 정도로 푸르른 잎이 무성했다.
생명력 넘치는 녹음 속에서 범인을 발견했다.
매앰맴맴 하고 필사적으로 외치는데, 그 목소리를 신경 쓰는 사람은 나 말고는 없는 것 같았다.
‘칠 년 동안 흙 속에서 지내고 겨우 일주일의 삶을 산다’는 매미의 심정은 어떠할까.
감동으로 꼼짝 못 하고 있을까, 그 정도는 아니구나 하고 달관하고 있을까. 아니면 빨리 흙으로 돌아가길 바라고 있을까.
‘아무런 재미도 없는 인생이었어.’
90년이라는 엄청난 세월을 거쳐온 할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하며 그렇게 말했을까.
나는 할아버지의 나이가 되었을 때, 병원 침대 위에서 주삿바늘을 꽂은 채 대체 어떠한 생각을 할까.
돌아가는 길, 나는 미치노베 씨와 나란히 걸으며 말했다.
“도조 선생님은 재능 있는 만화가예요. 그런데도 만화를 계속 그린다는 건 힘든 일인 것 같네요.”
나는 솔직히 특별한 재능을 가진 도조 선생님이 부러웠지만 막상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니, 옆에서 보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아니구나 싶었다.
“어떤 일이든 늘 잘 풀리기만 하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하지만 일하지 않으면 먹고 살 수 없잖아요.”
“그렇군요.”
정말로 살기 힘든 세상이다.
“산다는 건 어려운 일이네요…….”
미치노베 씨는 잠시 침묵한 뒤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는 건 아주 쉽답니다.”
“하지만…….”
“슈지 군. 숨을 한번 들이쉬어보세요.”
“숨을……? 이렇게요?”
나는 코로 후욱, 하고 소리를 내며 숨을 힘껏 들이쉬었다.
“그다음에 뱉어보세요.”
시키는 대로 이번에는 입으로 하아, 하고 숨을 뱉었다.
“당신은 지금, 살아 있습니다.”
미치노베 씨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보세요, 사는 건 아주 쉬운 일이지요?”
그러고는 씩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