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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외국 역사소설
· ISBN : 9791130639444
· 쪽수 : 528쪽
· 출판일 : 2021-07-09
책 소개
목차
신발
공중의 제왕
추스마르스하우젠 전투
겨울왕
굶주림
빛과 그림자의 위대한 예술
갱도
베스트팔렌
옮긴이의 말 전쟁과 광대
리뷰
책속에서
틸은 우리 머리 위에서 천천히 태연하게 몸을 돌렸다. 위험한 상황에 처한 사람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호기심 어린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는 듯했다. 오른발은 밧줄 위에 세로로, 왼발은 가로로 놓여 있었으며, 무릎은 살짝 구부린 채 양손을 허리에 대고 있었다. 고개를 젖히고 있던 우리는 가벼움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갑자기 깨달았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고, 어떤 것도 믿지 않고, 누구에게도 복종하지 않는 사람의 삶은 얼마나 가벼운가! 그런 사람이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우리는 깨달았고, 동시에 우린 절대 그런 사람이 될 수 없음을 알아차렸다.
넬레는 여전히 이 모든 게 꿈만 같다. 여기가 자신이 살던 마을이 아니라는 것도, 여기 주민들이 전혀 모르는 얼굴이라는 것도, 한 번도 본 적 없는 집들에 둘러싸여 있다는 것도 그렇다. 고향을 떠나다니, 정말이지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이다. 그녀의 인생에는 없는 일이었다. 자신은 늘 집에서 자랄 거라고, 특히 빵 굽는 열기가 아지랑이처럼 퍼져나가는 커다란 아궁이 옆에서 주로 지내게 될 거라고 믿었다. 여자아이들은 다른 데로 가지 않는다. 그저 태어난 곳을 숙명으로 알고 뿌리를 내린다. 대대로 그래왔다. 어릴 땐 틈틈이 집안일을 거들고, 조금 더 크면 하녀들의 일을 돕고, 어른이 되면 결혼을 한다. 예쁘게 생겼으면 슈테거네 아들이랑 결혼하고, 덜 예쁘면 대장장이네 아들이랑 결혼하고, 일이 더럽게 풀리면 하이네를링네 아들이랑 결혼한다. 그 뒤엔 아이를 가지고, 또 아이를 가지고, 또 아이를 가진다. 물론 그중 대부분은 죽는다. 어쨌든 결혼을 하고도 계속 하녀들과 함께 죽도록 집안일에 매달린다. 교회에 가면 시어머니 뒤에 남편과 함께 앉고, 그러다 마흔이 되어 뼈가 아프고 이가 빠질 때쯤이면 시어머니 자리에 앉는다. 그게 여자의 운명이다.
넬레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틸과 함께 떠났다.
“황제를 욕했다고 날 때리지는 마. 나는 그런 말을 해도 되는 사람이니까. 너도 알잖아, 광대의 자유를. 광대가 황제를 머저리라고 부르지 않으면 누가 하겠어? 누군가 한 사람은 해야 돼. 너야 당연히 해서는 안 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