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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91130644233
· 쪽수 : 248쪽
· 출판일 : 2023-06-30
책 소개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소문은 무섭도록 빠르게 돌았다. 정진솔 친구 중에 수학 문제 푸는 기계가 있다더라, 책을 괴물처럼 많이 읽고 독서 기록장을 꽉꽉 채운다더라, 영화 감상문 수행 만점을 받게 해 주었다더라, 영단어장 글씨체를 다 다르게 써서 안 들키게 해 준다더라.
떠도는 이야기를 주워들은 아이들은 그 사실을 저마다의 저울에 놓고 비교했다. 이걸 선생에게 알려야 이득일까, 아니면 자신도 그 소문의 인물에게 ‘노가다 수행’을 맡기는 게 이익일까. 한참 고개를 갸웃대던 아이들이 이내 고개를 끄덕이더니, 남몰래 진솔을 손짓해 불렀다.
“걔네 집도 너희 집처럼 가난해?”
“솔직히 말하마. 네가 이런 일을 벌이면 다들 무슨 편견을 가지는 줄 아니?”
듣고 싶지 않았다.
“사통이 사통다운 일을 저질렀다고, 그러게 왜 특혜를 주느냐고 얘기가 나와. 너 때문에 다른 애들까지 피해를 입는다고. 사통은 원래 다 그래, 라는 결론이 나온다고. 그러길 원하니?”
그때 갑자기 해수가 불쑥 입을 열었다.
“……그럼 일반전형은.”
뭐? 국회의원이 해수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반문했다. 지금 뭐라고 했지?
“그럼 그 잘나신 일반전형은요.”
해수의 목소리가 덜덜 떨리고 있었다. 아무리 눌러도 감정이 숨겨지지 않는 듯했다.
“저 같은 정보고 학생한테 귀찮은 수행평가를 돈 주고 맡기는 거 보니까, 원래 다 인성이 그렇다는 결론을 내도 되겠네요.”
학교에서는 초임인 하나에게 임시 담임을 맡겼다. 육아휴직을 한 교사의 학급에 서툰 초짜를 집어넣는 것은 오랜 관행이었다. 학부모들의 불만을 부러 드높여서, 육아휴직을 한 교사를 당초 계획보다 이르게 복귀시키려는 꼼수였다.
“정보고 출신이 어떻게 우리 애들 담임인 거죠?”
출근 첫날부터 교무실에 항의 전화가 왔다. 교무실 대표번호로 걸려 오는 전화를 막내인 하나 본인이 받는데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당황하거나 미안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지금 우리 애 학급만 차별당하는 거 알죠? 다른 반은 다 좋은 선생님 달아 주고, 우리 애만 이렇게?”
‘좋은 선생님’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수화기 너머의 그 사람은 뭐라고 대답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