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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전 한국소설
· ISBN : 9791130647739
· 쪽수 : 756쪽
· 출판일 : 2023-12-13
책 소개
목차
1. 해후
2. 창과 창
3. 방문객
4. 동거인
5. 무정한 마음
6. 나르시소스
7. 폐허에서
8. 환도
9. 소나기
10. 반수신의 오후
11. 붉은 와중
12. 오리무중
13. 암흑의 저변
14. 새끼손가락
15. 구름 너머로
어휘 풀이
작품 해설
저자소개
책속에서
‘영설을 생각하기 싫어서, 그것이 괴로워서 나는 이 진저리 나는 권태의 감정을 불러일으킨 것일까.’
혜련은 책상 위에 얹은 양손에 힘을 주어 주먹을 쥐어봤다. 그리고 책상을 한번 내리쳐봤다. 무한히 무한히 뻗어가는 것, 무한히 무한히 오므라드는 것, 우주가 마치 하나의 고무풍선처럼 압축되어 오는 것 같고, 혜련은 그 압축된 기체 속에 커다랗고 무거운 자기의 대가리를 느낀다.
‘누가 자기의 젊은 날을 돌려달라고 애걸을 했다던가. 만일 나에게 그 젊은 날을 돌려준다면?’
핏발이 선 혜련의 눈에 순간 형용할 수 없는 냉소가 칼날처럼 선다. 장지문에 비친 커다란 머리 그림자, 넓게 넓게 퍼져가는 공간이다.
- 1. ‘해후’ 중에서
“망각의 나라의 춤은 참 좋더군요. 사람이 그렇게 망각의 나라에서 살 수만 있다면 얼마나 행복하겠어요.”
“망각하는 것이 그렇게 행복하게 생각되시면 언니도 망각하고 사세요. 행복하다고 느끼는 일이라면 자기 스스로가 자신을 위하여 노력하셔야죠.”
“억지로 하는 것은 결코 망각이 되진 않겠죠.”
“아이 언니두, 전 망각하고 싶은 슬픔도 괴로움도, 그리고 애틋한 추억도 없지만 만일 훗날에라도 나를 위하여 잊어버리는 것이 행복이라면 잊어버리겠어요. 뭐가 그리 어려워요?”
혜련은 그 말대답은 하지 않고 가볍게 웃어넘긴다. 준은 약 간 미간이 흐려지는 듯했으나 그것은 순간적인 것이었다.
- 3. ‘방문객’ 중에서
“나르시소스는 자기도취자거든. 남을 사랑할 줄 모르는 불구자란 말이야. 그래서 님프, 에코의 저주를 받았지.”
명희의 눈은 강렬했다. 그 눈에는 자기의 사랑을 병림이 거절할 때 그도 또한 저주를 받으리라는 뜻이 숨어 있는 것 같았다.
- 6. ‘나르시소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