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91130699653
· 쪽수 : 480쪽
· 출판일 : 2023-06-07
책 소개
목차
2장 독아(毒牙)
3장 청춘의 향기
4장 만 리(萬里) 길을 오가며
5장 평사리의 어둠
6장 밤새와 억새풀
제5편 빛 속으로!
1장 대결
어휘 풀이
저자소개
책속에서
시월도 가고 십일월의 중순, 찬비가 내리면서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바람에 따라 미루나무의 노란 잎새들이 눈보라처럼 흩어져 날아내리곤 했는데 해가 떨어지면서 한층 바람은 드세어졌다. 초겨울의 짧은 해는 창가에 비치는 새 그림자와도 같이 저녁을 먹었는가 했더니 어느새 사방은 캄캄, 칠흑 같은 어둠에 마을은 휩싸였다. 나뭇가지를 흔들고 길을 쓸어가는 바람 소리만 들려왔다.
-5부 4편 2장 「독아」 중에서
영광은 껄껄껄 소리 내어 웃었다. 공기 빠진 공처럼 찌그러지고 힘없는 웃음소리, 영광은 자신의 웃음소리가 한심했다. 전의나 전율 같은 적개심은 다 어디로 가버렸단 말인가. 형편없이 무너지고 있는 자기 자신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환국이 역시, 영광의 태도는 예상 밖이었다. 격렬하게 맞서고 나올 것을 각오하고 나왔는데, 광기가 서려 있던 반항아, 영광의 행적을 동경서 수없이 목도했던 환국이다.
-5부 4편 3장 「청춘의 향기」 중에서
오가타의 누님 유키코는 딸의 몸 풀 날이 얼마 안 남았다면서 아주 가늘고 흰 털실로 갓난아기 양말을 짜고 있었다. 본시부터 다소 겉늙어 보이는 편이었지만 오십을 넘고 또 서넛을 더 먹은 유키코는 아주 늙은 여자로 보였다. 흰머리는 별로 눈에 띄지 않았지만 얼굴은 주름투성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깨끗해 보였으며 교양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아이 넷을 기르고 사업하는 남편, 그에게는 늘 근심 걱정이 많았다. 오가타는 그러한 누님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5부 4편 4장 「만 리 길을 오가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