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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30820132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23-02-10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광장
페트병
노란 가로등
어둠 그 너머
엄마의 정원
재건축
롤러코스터
작품 해설:출구 없는 삶에서 찾은 빛 - 박덕규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언젠가 박씨는 김씨와 변가에게 이 석연찮은 감정에 관해 말을 꺼냈다. 박씨의 말에 변가는
“공장이나 도로, 작은 나사못 하나까지 당신이나 나 같은 사람이 만들었지. 이 두 손으로 말이야.”
하며 거친 손을 눈앞에 활짝 펴 보였다. 박씨는 변가의 그런 터무니없는 자신감을 좋아했다.
“대통령이나 잘난 몇 명이 아니라 우리가 열심히 일해서 세상을 이만큼 만든 거라고. 어깨를 쫙 펴고 다녀. 자, 어깨 좀 펴란 말이야.”
술이 얼큰해진 변가는 박씨의 어깨에 양손을 얹고 안마하듯 주물렀다. 술 취하면 변가는 김씨에게 아이처럼 아양을 떨었다.
“형, 한 병만 더. 응, 딱, 한 병만…….”
평소에 조용한 박씨도 술이 들어가면 말이 많아졌다.
“누구도 우리의 수고를 알아주지 않아. 평생 일을 한 이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거든. 자식 새끼까지 말이야. 그게 세상이라고.” (「광장」)
4층 계단에서 남자가 빈 페트병을 발로 차며 내려왔다. 수십 개의 빈 생수병이 남자의 발길질에 벽으로 날아가거나 계단에 튕겨 텅텅 소리를 냈다. 계단 중간쯤에서 남자는 허리를 굽혀 빈 물병을 집어 들더니 우수이에게 달려들면서 그의 머리를 내리쳤다. 우수이는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어눌하게 외쳤다.
“때리지 마요. 아파요.”
“처먹었으면 버려야지 빈 병을 왜 집구석에 모아두냐고. 돼지 새끼야.”
빈 생수병으로 때리는 게 성에 차지 않은지 남자는 생수병을 내던지고 주먹을 휘둘렀다. 몸을 움직이기도 힘든 좁은 곳에 남자와 여자가 동시에 우수이에게 달려들었다. (「페트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