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89171827
· 쪽수 : 328쪽
· 출판일 : 2024-12-31
책 소개
목차
머리말
1. 불의 협곡-불의 땅 3: 아연제련소 환경문제 - 김종성
2. 온산향가: 온산공단 환경오염 - 정라헬
3. 둥지 잃은 새:천수만간척사업 - 김세인
4. 곡지 씨의 개나리:원자력발전소 방사능오염 - 박숙희
5. 은어가 사는 강물: 낙동강 페놀 수질오염 - 정우련
6. 너무 늦지 않게:새만금간척 개발 - 배명희
7. 무지개다리 건너는 법:의료 폐기물 - 채희문
8. 풀잎들:밀양송전탑 사건 - 마린
9. 마고할미가 울었어:골프장 환경오염 사건 – 은미희
작품 해설 - 김종성
집필 작가 소개
저자소개
책속에서
석양이 뉘엿뉘엿 염화산 기슭을 누런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슬레이트로 지붕을 인 연립주택들이 참나무와 잣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던 산비탈에 코를 박고 서 있었다.
청계제련소의 굴뚝은 하얀 수증기를 끊임없이 대기 속으로 뿜어 올렸다. 아황산가스를 머금은 수증기였다. 대기와 만난 수증기는 눈송이로 변했다. 알루미늄처럼 하얀 빛의 파이프라인 위로 눈송이가 떨어졌다. 동그랗고 기다란 파이프라인이 낙동강 위를 가로질러 갔다. 마치 그것은 거대한 히드라가 꿈틀거리며 기어가고 있는 것만 같았다. 눈송이가 점점 굵어지고 있었다. 낙동강이 이고 있는 하늘에서는 눈이 내리지 않는데, 청계제련소가 이고 있는 하늘에서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일신눈’이었다.
줄기차게 차창에 따라붙던 청계제련소 굴뚝이 뒤로 물러서자, 눈송이가 사라졌다.
남자의 호적에 엄연히 올려져 있는 그의 이름은 좀상날이었다. 그는 표정이 굳어서 더 괴이해진 얼굴로 바다를 바라봤다. 하다못해 조상날이면 좀 나은 편에 속했을려나. 여기 살면서 그의 이름이 공적으로 쓰일 일이 많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여겨야 했을까. 이장이 가지고 왔던 누런 종이에도 거주자 이름으로 그렇게 적혔다.
“이주할 덴 정했는가?”
이장은 이주 보상비와 관련해서 현 주거지에 살고 있는 사람을 대조하러 왔던 것이다. 정부가 온산면민을 집단 이주시킬 계획을 발표했던 것이 작년 가을이었다.
“제가 바라는 것은 보상보다 진실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갑상샘암을 앓고 있는 저와 치매에 걸린 제 아내는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게다가 우리 부부에게는 자식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처지에 보상받는다고 한들 뭐가 좋겠습니까. 단지 저는 이리원자력발전소 인근에 사는 미장군 주민들이 사실을 정확하게 알고 대처해 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방사능오염으로 인한 피해를 누구보다 처절하게 겪은 우리 부부가 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해야 할 마지막 의무인 것 같아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