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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30820163
· 쪽수 : 160쪽
· 출판일 : 2023-03-07
책 소개
목차
제1부 검은 사제들
하루의 다비식 / 검은 사제들 / 등꽃 / 그의 공방에서 / 도살된 황소를 위한 기도 / 내가 바람이었을 때 / 목련 / 참나무 경을 외는 시간 / 아카시아 / 바다를 건너는 새 / 화개 황어 / 가릉빈가 / 벌레혹 / 못
제2부 화개 시차
독나방 / 길앞잡이 장례식 / 꽃길 ─ 여행자 / 화개 시차 / 신림사거리의 보들레르 / 옻 / 불여귀 / 월식 / 어족들 / 군불을 지피며 / 바위 인간에 대하여 / 꽃배 / 소금사막 / 알래스카
제3부 여행자
사라센의 사랑 / 여행자 ─ 장주(莊周)에게 / 여행자 ─ 평행우주 / 여행자 ─ 말머리성운을 지나며 / 백만 년 동안의 고독 ― 위대한 보행자 랭보에게 / 빙궁 ─ 우코크 언덕의 얼음공주에게 / 여행자 ─ 자기폭풍 / 황소자리 / 묵시의 숲으로 / 이슬 인간 / 밀양 / 천성산 화엄늪으로 / 풍랑몽 ─ 나는 식민지 청년처럼 / 여행자 ─ 유성우 아래에서 / 배관공의 사랑
제4부 비애고지
11월 불일암 향목련 / 마흔아홉의 가을날에 ─ 시호(詩浩)에게 / 고해 / 소나무 수행자 / 민달팽이 여행자 / 헝클어진 마음 길 잃지 말라고 / 살구의 거리 / 꽃샘 / 약속 / 부활절 / 개밥바라기 / 4월의 졸업식 / 푸른 옷 / 내 숲의 은사시나무 / 비애고지
작품 해설 : ‘불타는 못’을 건너는 ‘여행자’의 시-이성혁
저자소개
책속에서
도살된 황소를 위한 기도
피처럼 노을이 퍼진다 골목마다 집집마다
쌀 씻는 소리
밥 짓는 향기
화인(火印)처럼 이마가 불탄다
누군가의 육체로 연명하는
이 도시는 절대로 유령들에게 점령당하지 않는다
방금 전생에서 돌아온 사람처럼 창백한 얼굴들이 스쳐 지나간다
피 묻은 육체가
악몽이 열리는 나무처럼 펼쳐져 있다
저 죽은 육체는 왜
이승에 정박한 닻처럼 무거운 것일까
심장을 파헤쳐보니 너의 슬픔은 한 송이
영산홍이었다
마지막 울음을 뱉어낸 너는 더이상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귀에는
후생에서 들려오는 비명이 꽉 들어찼다
어쩌면 나는 그가 전생에서 도살한 짐승이었는지도 모르지
어쩌면 그는 내가 전생에서 도살한 짐승이었는지도 모르지
어쩌면 그는 수천수만 번의 생 동안 수천수만 번 자신을
살해한 자들을
도살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지
아무도 알아선 안 되지
순항하는 목숨들은 없는 것일까
그러게 순항하는 슬픔이란 애당초 없는 것이다
여기는 좌초한 목숨들이 흘러들어오는 곳
그는 빛바랜 일지에 오늘
도살된 육체의 이름을 기록한다
목숨이 갈라질 때마다 저절로 새어 나오는 비명의 기록은
생략한다
(후략)
못
저 못을 건너야
서방정토에 닿으리
기러기들의 소실점을 바라보며
하늘의
고요한 못을 생각하네
저 새들의 노래
기록할 자 아무도 없네
나무들은 바람의 현으로
수금을 켜고
소금쟁이는
남은 생만큼이나 좁은
못을 건너네
사람과 바람 사이에
못이 있네
번뇌는 쇠못이 되어
손바닥에 심장에 뇌수에
손길 가는 데마다
박혀 있네
저 불타는 못을 건너야
고향 집에 닿으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