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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전 한국소설
· ISBN : 9791130820743
· 쪽수 : 320쪽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임의 어린 벗
이미 떠난 어린 벗
치운 밤
죽엄
인력거꾼
살인
영원히 사는 사람
천당
개밥
진남포행
대서(代書)
사랑손님과 어머니
아네모네의 마담
추물
북소리 두둥둥
봉천역 식당
▪작품 해설
▪주요섭 연보
▪작품 연보
책속에서
‘책머리에’ 중에서
2022년은 소설가 여심(餘心) 주요섭(朱耀燮, 1902~1972) 탄생 120주기이고 서거 50주기였다.
주요섭은 1920년 1월 3일 『매일신보』에 처녀작 단편소설 「이미 떠난 어린 벗」 발표를 시작으로 1972년 타계할 때까지 50여 년간 단편소설 39여 편, 중편소설 6편, 그리고 장편소설 6편을 써냈다. 주요섭은 1934년부터 9년간 베이징의 푸런(輔仁)대학에서 영문학 교수, 1953년부터 1967년까지 14년간 경희대학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한 것 외에도 수많은 사회활동을 하였기에 전업작가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가 발표한 작품 수를 볼 때 결코 적게 쓴 과작(寡作)의 작가는 아니었다. (중략)
주요섭은 흔히 말하는 “위대한” 작가는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우리에게 “필수적인” 작가이다. 적어도 1910년 한일 강제 병합 이후 해방 공간과 6·25 전쟁을 겪은 그의 소설들은 한반도의 경제·문화·정치의 양상을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역사적 사실과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 영국 작가 조지 오웰, 중국 작가 루쉰, 러시아의 톨스토이도 각 국가의 “필수적인 작가”들이다. 주요섭은 평양에서 태어나 중학교 때까지 그곳에서 살았고 중국 상하이에서 7년, 베이징에서 9년, 미국에서 최소 2년 반, 일본에서 수년간, 그 후 주로 서울에서 살았다. 20세기 초중반 기준으로 볼 때 소설가 주요섭은 한국 문학사 최초의 세계시민이었으며, 전 지구적 안목을 가지고 국제적 주제를 다룬 한국문학에서 보기 드문 작가였다.
그동안 주요섭 소설들은 단편소설 위주로 소개되고 논의되었다. 지금까지 출간된 십수 종의 작품집들을 보면 주로 「인력거꾼」, 「사랑손님과 어머니」 등의 십수 편의 단편소설 위주로 중복 출판을 이어왔다. 중편소설 「미완성」과 「첫사랑 값」, 장편소설 『구름을 찾으려고』와 『길』은 출판되었다. 그러나 상당수의 단편들과 중편, 장편들은 거의 출판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주요섭의 소설 문학에 대한 전체적인 논의와 조망은 불가능하다. 편자는 수년 전 이러한 주요섭 소설 문학에 편향된 시각과 몰이해를 일부나마 교정하기 위해 주요섭 장편소설 4편을 모두 신문과 문예지에 연재되었던 원문과 일일이 대조하여 출간한 바 있다.
이번에는 단편소설 39편 전부와 중편소설 4편 전부를 가능한 한 원문 대조 과정을 거쳐 출판하게 되었다. 이렇게 되면 명실공히 주요섭 소설세계의 전모가 드러날 수 있게 된다. 뒤늦었지만 이제 일반 독자들은 물론 연구자들도 주요섭 문학에 대한 새로운 그리고 총체적 접근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몸이 퍽 갓든해진 것가티 생각이 되여서 아이는 오지도 안는 의사를 기다리지 안이하겟다구 그만 밧그로 나와버렷다. 그러나 그가 분주스런 거리로 이 사람 저 사람 피하면서 걸어 나아갈 홀로 큰 고독을 달앗다. 아은 제가 갑작기 이 세상 밧게 난 것가티 생각이 되여서 슬펏다. 지내가는 사람, 지나오는 사람이 모다 희미하게 멀니 세상에 사는 사람들 갓고, 져는 디구 밧게 엇던 곳에 홀로 서서 이 사람 를 바라다보는 것 갓햇다. 그는 이것이 흉조라구 생각하야 몸을 엇다. (「인력거꾼」)
“옥히는 어떤 반찬을 제일 좋아하나?” 하고 뭇겠지오. 그래 삶은 닭알을 좋아한다고 했더니 마츰 상에 놓인 삶은 닭알을 한 알 집어주면서 나더러 먹으라구 합니다. 나는 그 닭알을 베껴 먹으면서,
“아저씨는 무슨 반찬이 제일 맛나우?” 하고 물으니까 그는 한참이나 빙그레 웃고 있드니.
“나두 삶은 닭알” 하겠지오. 나는 좋아서 손벽을 짤깍짤깍 치고,
“아 나와 같네 그럼. 가서 어머니한테 알려야지” 하면서 일어서니까 아저씨가 꼭 붓들면서
“그러지 말어” 그러시지오. 그래두 나는 한 번 맘을 먹은 댐엔 꼭 그대루 하구야 마는 성미지오. 그래 안마당으로 뛰쳐 들어서면서,
“어머니, 어머니, 사랑 아저씨두 나처럼 삶은 닭알을 제일 좋아한대” 하고 소리를 질렀지오.
“떠들지 말어” 하고 어머니는 눈을 흘기십디다. (「사랑손님과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