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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전 한국소설
· ISBN : 9791130820767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23-07-25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왜 왓든고?
의학박사
죽마지우
낙랑고분의 비밀
입을 열어 말하라
눈은 눈으로
시계당 주인
극진한 사랑
대학교수와 모리배
혼혈
이십오 년
해방 1주년
▪작품 해설
▪주요섭 연보
▪작품 연보
책속에서
“떨어지느냐? 붙느냐?”
중이 염불하듯이 무의식중에 자꾸자꾸 되풀이해 중얼거리고 있는 자신을 철규는 발견하였다.
중학교 마당은 인파(人波)로 흐늑흐늑하였다.
수험생들뿐이 아니라 남녀노소 모두가 다 긴장한 모습으로 웅성거리고 있었다.
시험장 안으로 아들 수남이를 들여보낼 때까지는 온 정신이 자기 아들 하나에게만 팔려져 있었기 때문에 어른들도 꽤 많이 왔구나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었었다. 그러나 가슴마다 수험표를 단 학생은 하나도 보이지 않게 되자 보호자 수가 수험자 수보다도 더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하기는 철규 자신도 애 업은 아내까지 데리고 온 것이 사실인데, 어떤 사람들이 주고받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수험생의 가족은 물론 사돈의 팔춘까지도 다 떨어나온 모양으로 보이는 축이 수두룩했다. (「붙느냐 떨어지느냐」)
아버지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 보내준 백만 원짜리 밍크코우트에 대고 화풀이를 하며 흐느끼는 정옥의 심정을 얼른 이해해주는 영주는 정옥의 행동을 말릴 생각이 없이 연민의 정이 담북 든 두 눈으로 바라보고만 있었다.
별안간 밍크코우트를 방바닥에 던져버린 정옥이가 침대 위에 쓰러지면서 울부짖기 시작했다.
“아버지, 아버지! 내가 필요한 건 밍크코우트가 아니고 아버지의 사랑이어요. 어렸을 적 사랑해주던 그것의 천분의 하나, 만분의 하나 쯤으로 날 사랑해줘도 난 행복하겠어요. 정말 오시지 못한 형편이라면 밍크코우트를 올려보내는 대신 편지 한 장, 짤막한 편지 한 장만 우편으로 부쳐주면 되는 걸요. 내 사랑하는 정옥아로 시작되는, 사랑 두 글자만 적어 보내도 나는 행복하겠어요……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이, 으흐흐흐……” (「여대생과 밍크코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