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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38405638
· 쪽수 : 308쪽
책 소개
목차
거꾸로 소크라테스
슬로하지 않다
비옵티머스
언스포츠맨라이크
거꾸로 워싱턴
작가의 말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아아.” 안자이는 그제야 사정을 이해했다는 것처럼 말했다.
“구루메 선생님은 그런 면이 있지.”
“그런 면이라니, 그게 뭔데?” 쓰치다가 열을 냈다.
“이런저런 일을 일방적으로 단정해.” 안자이의 말에 나는 “뭐?” 하고 되물었다. 일방적으로 단정한다니 무슨 뜻일까. 나는 그다음 말을 듣고 싶었지만 쓰치다가 바로 “야, 뭐야, 구루메 선생님을 무시하는 거야?” 하고 거품을 물고 따져서 이야기가 중단됐다.
“아니, 딱히 구루메 선생님을 욕하고 싶은 건 아니야. 다만.”
안자이가 말을 이었다.
“다만?” 내가 재촉했다.
“분홍색 옷을 입었다고 해서 여자 같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지.”
“분홍색은 여자 색깔이야.” 쓰치다가 반박했다.
“그럼 홍학은? 그리고 여자 같다 해도 상관없잖아.”
“남자인데 여자 같으면 당연히 이상하지.”
“쓰치다, 네 생각은 그렇겠지.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여자 같은 남자든, 남자 같은 여자든 이상할 것 없어. 지구에 인간이 몇 명이나 있을 것 같아? 다양한 사람이 있는 게 당연하잖아. 쓰치다, 너 같은 인간도 있는 거고.” 안자이는 알아듣게 설명하듯 한마디씩 또박또박 말했다. 나는,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_ <거꾸로 소크라테스>에서
시부타니 아야는 발끈한 얼굴로 짐짓 한숨을 내쉬더니, “저기, 다카기. 왜 우리 학교로 전학 온 거야?” 하고 물었다.
대체 그게 무슨 질문인가 싶어 나는 조금 김이 샜다. 전학은 보통 부모의 전근 때문에 하는 걸로 알고 있었으므로, 물어볼 필요도 없는 일을 굳이 왜 묻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 건 왜 물어봐?” 유타가 말했다.
전근 때문일 거라고 생각하며 나는 다카기 가렌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런데 다카기 가렌의 얼굴이 창백해서 깜짝 놀랐다.
빈혈로 쓰러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누구나 알 수 있을 만큼 심하게 동요한 표정으로, 옆에 있는 무라타 하나의 눈치를 힐끔힐끔 살폈다.
큰 약점을 지적당한 듯한 반응이었는데, 실제로 시부타니 아야는 그 커다란 약점을 노린 것 같았다.
“도망친 거지?” 시부타니 아야가 말했다.
“뭐?” 무라타 하나가 작게 소리쳤다. 다카기 가렌은 더욱 창백해져서 땅에 올라온 물고기처럼 입을 뻐끔거렸다.
“왕따를 당해서 전학 온 거야, 맞지?”
“어, 진짜?” 원래 알고 있었는지, 아니면 처음으로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시부타니 아야 옆에 있던 두 여자애가 놀라서 요란을 떨었다.
“나, 엄마한테 들었어. 학교에서 비밀로 한 이야기를 들었다나 봐.”
_ <슬로하지 않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