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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38479646
· 쪽수 : 356쪽
· 출판일 : 2023-08-09
책 소개
목차
플랫 9
릴리프 157
리뷰
책속에서
무릇 이 세상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고 가장 재미있는 것은 인간이다. 나 모리노 마모루는 요사이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아주 진지하게 생각한다. 이해하지 못하겠으니까 재미있다. 이해하지 못하겠으니까 알고 싶어진다. 물론 이해하지 못하겠으니까 무섭다, 피하고 싶다 쪽으로 연결될 때도 있겠지. 도저히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인간도 있다. 애초에 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상대도 있다. 그래도 나는 인간이라는 동물을 대체로 좋아한다(인간 이외의 동물도 일단 대부분 좋아하지만). 그중에서도 히라이시 데쓰코라는 인간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서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데쓰코에 관해 말해보겠다.
-프롤로그 중에서
중학생 때, 나는 아주 소중한 사람이 죽는 미래를 봤다.
가족은 아니다. 친척도, 친구도 아니다. 심지어 그 사람과 아직 만나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 광경을 봤을 때는 갑자기 깊은 구멍에 빠진 듯한 충격을 받았다. 눈앞이 까맣게 물들고, 몸도 마음도 아팠다.
너무 슬퍼서 수학 수업 도중에 눈물을 펑펑 흘리며 울었다.
만남은 고등학생이 된 후였다.
만난 순간 알았다. ‘아, 이 아이다.’
원래 나는 나서서 인간관계를 쌓아가는 데 영 서툴다. 사람을 싫어하지 않는다. 오히려 좋아한다. 사람은 대부분 멋지고 훌륭하고 또 대단하다. 이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생각하는 것과 선뜻 남에게 다가가는 것은 다른 문제다. 후지산을 좋아하고 동경해도 오를 생각이 없는 것과 조금 비슷하다. 체력이 부족해서 금방 지치니까, 끝까지 오를 자신이 없거나 높은 곳이 무섭거나 불의의 사고가 두려우니까…… 이게 고스란히 인간관계에도 해당한다.
“……나, 너한테 사과할 게 있어. 아무리 사과해도 부족한 일이.”
지금까지 도저히 말하지 못했던 것.
미래를 보는 힘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건 나중에 붙인 이유일 뿐이다. 사실은 두려웠다.
사실을 안 마모루가 깊은 상처를 받을까 봐. 나를 비겁하고 비열하고 정의롭지 않은 인간이라고 여길까 봐. 한마디로 마모루가 나를 미워할까 봐 두려웠다.
나는 두려워 떨기만 하는 겁쟁이인 나를 어금니로 꽉꽉 씹으며 드디어 모든 것을 밝혔다.
내가 마모루의 눈부신 꿈을 무너뜨렸다고. 가루가 되도록 부서뜨리고 말았다고.
“……나는 이런 힘을 타고났으니까…… 모두를 행복하게 해야 했어,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어, 그런데 제대로 한 게 하나도 없어. 아무도 구하지 못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