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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40709816
· 쪽수 : 264쪽
· 출판일 : 2024-07-17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장 그대만의 정답 스패니시 오믈렛
2장 상처받지 않도록 오이 포타주
3장 시간을 되돌리는 버섯 아히요
4장 자신감을 주는 앙버터 토스트
5장 첫 봄바람에 실어 보낸 말
리뷰
책속에서
“가즈키 씨, 슬플 땐 울어도 괜찮아요. ”
가즈키가 입 다물고 있으니 스태프 중 한 사람이 어깨를 두드린다.
“그래요. 친구니까. 우리 앞에선 애쓸 필요 없어요. ”
미호가 말하자 여기저기서 그럼요, 맞아요, 하는 말소리가 귓가에 소용돌이쳤다. 가즈키가 애써야 했던 건 울음을 참는 일이 아니었다. 여기 일부러 발걸음을 한 일 자체였다. 눈물은 진심으로 서로를 이해하는 사람들 앞에서 충분히 흘렸고 지금도 충분히 흘리고 있다. 다 안다는 식으로 아름답게 포장한 미사여구 좀 토해내지 말았으면 좋겠다.
시선을 오른손 손가락에 떨군다. 간신히 낫기 시작했는데 다시 붉은 기가 올라오고 있다. 이 공간에서 당장 떠나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니 분해서 눈물이 차올랐다.
-상처받지 않도록 오이 포타주
사장으로부터 할 말이 있다는 메시지가 왔을 때 유나는 어쩐지 나쁜 예감이 들었다. 예상대로 ‘인터넷 판매 담당은 사카구치 씨만 남게 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감원을 할 수밖에 없는 사정은 유나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실은 사내에 공표하진 않았지만 사카구치 씨가 싱글맘이에요.”
“아이를 키워야 하니까 정기적인 수입이 필요해요.”
사장이 다에코의 편을 든다. 어르고 달래는 듯한 사장의 말을 듣고 있자니 분했다.
“왜 아이가 있다는 이유로 우대받아야 하는 거죠? 저도 남편 혼자 벌게 되면 전혀 여유가 없어요.”
동정심을 기대한 건 아니다. 다만 유나의 사정도 이해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자연스럽게 말투가 강경해졌다.
“먹고살 수 없을 정도는 아니잖아요. 아이도 없고 맞벌이를 한다는 건 제 입장에서 보면 사치예요.”
험악한 얼굴로 쏘아붙이는 다에코에게 유나는 되돌려줄 말이 없었다. 인수인계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조정하
겠다는 사장의 말을 신호로 화면이 꺼졌다. 퇴직하는 것은 유나다. 온라인이 아니었다면 얼굴을 보면서 좀 더 배려하며 대화를 나눴을까. 아니면 온라인이라서 그나마 서로에게 얕은 상처만 입히고 끝난 걸까. 화면을 닫으
면 일상으로 바로 돌아올 수 있다. 하지만 상처는 그 자체로 계속 아프다.
당시 나는 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많은 후배들이 나를 따랐고 나에게 의지하는 상사들도 많았다. 하지만 언제나 혼자라고 느끼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 속에서 느끼는 고독은 오롯이 혼자 있을 때의 고독과 전혀 다르다. 내가 있을 곳이 없었고 내가 존재하는 의미를 찾을 수 없었다. 외롭다기보다는, 훨씬 절실하게 괴로웠다.
1인 전용 카페 도도는 누군가의 고독을 구원하고 있을까. 술렁이는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고 본래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는 장소일까. 갑자기 내리는 비를 한순간 피할 수 있는 겨우살이가 되어 있을까. 바보 도도새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공간으로 계속 존재하고 있을까.
소로리는 액자 속 도도 일러스트에 시선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