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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91155251171
· 쪽수 : 208쪽
· 출판일 : 2019-09-30
책 소개
목차
부엌
연단
교실
광장
거리
쇼핑센터
여행지
장례식장
화장실
일터
헬스클럽
파티장
회의장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장소가 의미 있으려면 소속감을 느끼고 나를 인정받는 곳이어야 한다. ‘소속감’을 느끼려면 동료가 있어 야 한다. 나의 부엌에는 그런 것이 없었기에 끔찍한 고립의 장소였고, 거기서의 경험은 나누거나 전승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니라 신세 한탄이 될 뿐이었다. “나 이렇게 힘들었어”라고 운을 뗄 때마다 ‘또 시작이네’라는 눈총을 받는 이야기는 경험으로 전승될 수 없다. 바깥사람, 바깥일 하는 사람은 ‘돌아갈 집’, ‘기다리는 집밥’을 생각하며 버틴다지만, 부엌에 매인 사람에게는 돌아갈 곳이 없다. 안락을 낳는 장소에서 거기에 속한 사람은 정작 안락이 없다.
- <부엌>에서
긴장 속에서 연단에 설 때마다 두려움과는 다른 어떤 울렁거림도 있다. 그건 연단의 역사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연단에 등장할 수 있기 위해 숱한 이들이 모욕감과 두려움의 자갈길을 밟아 왔다. ‘물러나는’ 것으로 사회 안에 머무르는 것을 허락받는 삶을 버리고, ‘튀어나오는’ 도발을 멈추지 않았기에 지금 나의 자리가 연단에 마련될 수 있었다. 여성들은 무리를 지었고, 금지된 장소를 점거했고, 문제의 장소를 원래 정해진 것과 다른 방식으로 사용했고, 어떤 장소를 버리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연단에서 끌려 내려온 일은 얼마나 많았던가.
- <연단>에서
내가 자라면서 본 할리우드 영화들 속에서 여성들의 여행은 부자 애인을 만나 결혼하기(신데렐라 되기), 사랑의 도피행(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되는), 혹은 폭력 남편이나 죽음의 위협 등 절박한 위험으로부터 도망치는 ‘장소 벗어나기’였다. “여기서 나가자( get out of here)”가 할리우드 영화에서 제일 많이 쓰인 대사라는데, 여성들 여행의 시작도 ‘일단 여기를 벗어나자’가 아니었을까.
- <여행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