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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55251591
· 쪽수 : 256쪽
책 소개
목차
들어가며
슬픔의 자리에서 비로소 열리는 가능성
1부 문장에 얼굴을 묻고
엄마, 다음 생엔 내 딸로 태어나
꽃을 밟지 않으려 뒷걸음치던 너와
술병 뒤에 숨는 마음
이쁘다고 말해 주고 싶다, 너에게
할머니, 지금 죽지 마
아주 평범한 가난
네가 남겨 둔 말
나의 영원한 미제 사건
2부 우리는 서로를 포기하지 않았다
이 글은 우리 집 고양이가 썼습니다
누구나 특별한 사람을 가질 권리
우리, 같이 망해 볼까요?
여러 개의 진실 앞에서
무례한 가족보다 예의를 지키는 남
‘9’들의 세상
묘지에서 하는 운동회
3부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 앞에서
연쇄 지각마의 지각을 위한 변명
우리 몸의 구멍이 굴욕이 되지 않도록
때로 망치더라도 아주 망친 것은 아닌
그렇게까지는 원하지 않는 삶에 대하여
한 사람이 다음 사람을 이 세계에 데리고 오는 일
아픈 게 자랑입니다
제 장례식에 초대합니다
추천의 말
책의 말이 허물어지는 자리에서 김애란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해 여름은 비가 지독했다. 장맛비가 자주 방으로 밀고 들어왔다. 축축한 등이 먼저 알았다. 그럴 때면 책상 위로 올라가 쪼그려 앉곤 했다. 물이 차오르는 모양을, 빨간 쓰레받기를 들고 물을 걷어 내는 엄마를 하릴없이 바라보았다. 언제나 물이 이겼고, 나 대신 책이 울었다. 비가 그치면 물에 불어 망가진 책을 추려 쓸모를 구분했다. 이제는 다시 구할 수 없는 유년의 책들은 그런 식으로 수장되었다.
어딘가 단단히 고장 난 세상을 이해하고 싶었다. 이 멀미 나는 격차들이 어디서 오는지 궁금했다. 기자라는 직업은 그 숙제를 얼마간 해결해 주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이 ‘지식인’ 세계에 진입했을 때 나는 그들과 되도록 최대한 비슷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내가 원하는 게 가난을 이해하고 싶은 게 아니라 벗어나고 싶은 것이었음을 그제야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