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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일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55972816
· 쪽수 : 340쪽
· 출판일 : 2014-02-05
책 소개
목차
단서
금세기
지난 세기
고도성장기
전쟁 후 I
전쟁 후 II
전쟁 전
메이지.다이쇼기
잔재
리뷰
책속에서
우리가 지금 사는 이 장소에는 분명히 예전에 살던 이가 있을 것이다. 전주인 전에는 그전에 살던 이가 있고, 그전에는 더욱 이전에 살던 이가 있다. 그렇게 거슬러 아무것도 없는 들판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곳에 살며 어떤 삶을 보냈을까. 많은 사람이 살았으니 이곳에는 온갖 일이 있었으리라.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었겠지. 때로는 불행한 죽음, 원통한 죽음도 있었을 것이다.
만약 원통한 죽음이 미래에 영향을 남긴다면, 그것은 대체 언제까지 미칠까. 무한할까, 아니면 유한할까. 유한하다면 몇 년일까. 몇십 년, 아니면 몇백 년일까.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텔레비전 방송 소리가 벌레가 웽웽거리는 소리처럼 흘러나왔다. 작지만 들리니까 오히려 고요함이 강조되었다. 저도 모르게 리모컨으로 손을 뻗으려던 때였다. 등줄기에 오한이 스쳤다. 등 뒤에 차가운 덩어리가 생겨난 것 같았다.
바로 뒤에 뭔가 있다.
스즈키 씨는 뒤돌아보지 못한 채 손가에 의식을 집중하려 했다. 이럴 때는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척하는 게 제일이다. 괜히 돌아보거나 당황해서는 안 된다. 스즈키 씨는 무시야말로 최선책이라고 믿었다.
등 뒤를 의식하면서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계속 설거지를 했다. 문득 시선이 수도꼭지에 머물렀다. 반짝이는 은색의 길고 평평한 수도꼭지 표면에 설거지하는 스즈키 씨 머리가 비쳤다. 그리고 등 뒤에 다른 누군가의 얼굴이.
스즈키 씨 바로 뒤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