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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56410331
· 쪽수 : 464쪽
· 출판일 : 2015-08-12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장. 연애는 괜찮아
2장. 설레고 있어
3장. 난 모른 척 웃어
4장. 이별이 와도
5장. 늦어서 미안해요
6장. 카스트로폴로스
7장. 옆에 없는 듯 있는 듯
8장. 사랑한다는 그 말뿐
9장. 상관없어요, 손 안 놓을 거니까
10장. 이제 정말 안녕
에필로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평소엔 30분쯤 걸리던 샤워시간이 50분을 훌쩍 넘겨서야 끝났다. 욕실을 나오자 아까 그 자세대로 소파에 누운 채 건휘가 말을 던졌다.
“안에서 기절한 줄 알았다.”
다정이 피시식 웃었다. 허벅지를 반쯤 드러낸 타월차림인 그녀는 오랜 시간을 욕실에 있었기 때문인지 양 볼이 붉었다. 스탠드만 희미하게 켜진 방 안은 묘한 정적이 감돌았다. 건휘가 소파에 비스듬히 걸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이리 와.”
그한테까지 다 들리게 후, 숨을 고른 다정은 조심스레 다가왔다. 그의 옆에 앉아선 미동도 없이 물끄러미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는 다정을 빤히 쳐다보던 건휘가 피식 웃었다.
“왜 이렇게 얼음땡이야?”
“제, 제가 뭘요?”
다정이 황급히 고개를 돌리며 더듬거렸다. 한다정의 트레이드마크였던 귀여운 단발 파마가 어느 정도 자라서 어깨에 닿을락 말락 했다. 머리도 제대로 말리지 않은 듯 물방울이 또르르 굴러선 목을 타고 흘러내렸다. 발갛게 홍조가 가득한 뺨, 희고 가는 목선, 불빛에 눈부시게 드러난 동그란 어깨, 그리고 긴장해서 색색 몰아쉬는 숨소리까지 어느 것 하나 남자를 미치게 하지 않는 게 없었다. 자연스레 단단하게 커지는 자신의 신체를 느낀 건휘가 불편한 자세로 일어섰다.
그가 욕실로 걸어가는 걸 보던 다정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며 고개를 숙였다. 두근거리는 심장이 마구 졸아드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녀는 용케도 버티며 앉아있었다.
욕실로 들어갔던 건휘는 1분도 안 돼서 도로 나왔다. 의아한 시선으로 보고 있었더니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그의 손에는 드라이기가 들려있었다.
“비도 오는데 머리 제대로 말리고 자. 감기 들어.”
다른 손에 들고 있던 가운을 그녀의 어깨에 둘러주고는 건휘가 드라이기 전기 코드를 연결했다. 곧 위이잉, 소음이 들리면서 따뜻한 바람이 머리카락을 솔솔 자극해왔다. 고개를 약간 들어서 쳐다봤더니 건휘는 제법 집중해서 그녀의 머리칼을 말려준다. 삐뚜름히 올라간 입술 끝은 장난스러워 보이기도 했고 심각해 보이기도 했다. 의중을 알 수 없는 묘한 표정과 달리 그녀의 머리칼을 어루만지는 손길은 지극히도 따뜻했다. 너무 따뜻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핑그르르 돌았다. 다정은 아무 말 없이 묵묵히 그가 말려주는 대로 앉아있었고 건휘의 세심한 머리 손질은 꽤나 오랫동안 계속됐다.
“다 됐다. 꼬마 아가씨.”
드디어 전기소음이 끊기고 건휘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방금까지 그의 손이 머물렀던 머리칼에 손을 뻗어서 만지작거리다가 다정이 낮게 중얼댔다.
“팀장님이 뭘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대답 없는 건휘에게 다정은 다시 말했다.
“우리가 처음으로 함께 보내는 밤이에요. 연인으로서 최선을 다할 거예요.”
다짐처럼 또박또박 말하는 다정을 보다가 건휘가 물었다.
“오늘 밤이 지나면?”
다정이 고개를 들었다. 흐린 불빛 속에서 둘의 시선이 느리게 부딪쳤다.
“너는 떠날 거잖아. 우리 2개월 동안 웃고 즐거웠던 시간, 너를 뜨겁게 안을 이 밤까지 전부 다 물거품이 될 거잖아.”
“팀장님…….”
“내 말이 틀렸으면 이게 이별여행이 아니라 너와 내가 새롭게 시작하는 여행이라고 해봐.”
방 안엔 침묵이 길게 감돌았다. 끝끝내 대답하지 않는 다정을 바라보던 건휘가 소파에서 일어섰다.
“나는 나와 사랑을 나눌 여자를 원하지, 이별을 원하는 여자는 안지 않아.”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