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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56626237
· 쪽수 : 308쪽
· 출판일 : 2023-01-31
책 소개
목차
내 이름은 뿌레야꼬
기요틴의 노래
돌의 노래
너는 어디에서 살고 싶니
오비랍토르
해안 길을 따라가다 보면
세도나
관계의 온도
화랑곡나방
해설: 감염의 온도 37.5℃_황유지(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엄마 이름은 썸낭. 행운이라는 뜻이었다. 엄마의 손을 잡으면 행운이 내 몸에 퍼지는 것처럼 따뜻하고 행복해졌다. 엄마는 내게 온 행운이니까. 엄마는 내 손을 잡고 반대쪽 손으로는 연두를 끌어안았다. 나는 엄마가 낳은 아들이 아니지만, 엄마는 내 엄마라고 했다. 엄마는 내게 이름을 내려주었는데, 뿌레야꼬였다. 엄마는 나의 행운, 나는 엄마의 뿌레야꼬. 엄마 나이는 고작 스물세 살이었다. 엄마는 나를 가슴으로 낳았다고 했다. 엄마는 내가 힘들어할 때, 아니 엄마 자신이 힘들다고 여겨질 때 뿌레야꼬 뿌레야께오 전설을 들려주었다. 뿌레야꼬는 엄마의 나라 말로 신성한 소라는 뜻이라고 했다. 연두는 뿌레야께오인데 신성한 보석이라는 뜻이었다. 크메르인에게 평화와 번영을 준다는 두 형제 신이었다. 힌두의 신 난디와 불교의 신 부처였다.
_「내 이름은 뿌레야꼬」 중에서
기요틴.
파리의 광장에나 어울릴 법한 물건이 동남아시아 작은 나라, 수용소에 있다. 족쇄를 차고 있던 사내들이 줄을 맞춰 머리를 집어넣는다. 당겼던 칼날을 놓는 순간 목이 잘린다. 잘린 머리가 도르륵 굴러 정은의 발치에 걸린다. 잘린 머리가 눈을 뜬 채 정은을 바라본다. 다음은 너야. 잘린 머리가 소리 없이 입술로 말한다. 정은은 줄 끝에 서 있다가 머리를 집어넣고 싶어 바퀴를 굴린다. 사슬로 만든 테두리에 걸려 바퀴가 멈춘다. 쇠가 부딪치는 소리에 정은을 둘러싸고 있던 적막이 깨진다.
_「기요틴의 노래」 중에서
―끔찍이도 잘 살고 있구나. 다 잊어버리고.
수잔은 배신감에 중얼거렸다. 수잔이 여수를 떠날 때는 바닷물이 핏빛이었다. 매일 동네를 들쑤시고 다니던 우익 청년 단체의 손가락 끝이 가리키는 곳이 죽음의 자리였다. 그들은 다 죽었을까. 수잔은 죽음조차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꿔간 보리쌀 한 되를 갚기 싫어서 그 손가락으로 사람을 죽이기도 했다. 수잔이 잊고 살았던 시간이 여수에 발을 들이자 일제히 살아나 눈앞에 아른거렸다. 수잔은 속이 시끄러워 조셉을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순덕이였던 수잔을 구해준 친구이면서 사랑했던 남자.
_「돌의 노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