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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외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91157746088
· 쪽수 : 288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 1년, 봄
1장 · 저주받은 크로우
2장 · 운명의 날
3장 · 죽음이 저녁 식탁을 찾아오다
4장 · 연기와 그림자 사냥단
5장 · 네버무어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6장 · 모닝타이드
7장 · 호텔 듀칼리온에서의 즐거운 시간들
8장 · 색다르고, 쓸모 있고, 좋은 것
9장 · 원드러스 환영회
10장 · 불법체류자
11장 · 책 평가전
12장 · 그림자
리뷰
책속에서
커버스가 모리건의 어깨에 손을 얹고 억지로 꾸며 낸 듯 어색한 자세로 부성애를 연출하는 동안, 몇몇 지역 기자들이 셔터를 누르며 두 사람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신문 1면감이긴 하지, 모리건은 생각했다. 죽을 날이 다가오는 딸과 비탄에 빠질 날을 기다리는 아버지라니, 부녀간에 이보다 더한 비극이 있을까. 모리건은 될 수 있는 한 더 측은해 보이려고 노력했지만 카메라 플래시가 눈앞을 가려 그것도 쉽지 않았다.
발자국 소리를 들은 모리건도 심장이 쿵쾅댔다. 이제 시작인가? 모리건은 생각했다. 죽음이 나를 데리러 오는 거야? 죽음도 장화를 신나?
한 남자가 불빛을 받아 검은 윤곽을 그리며 문 앞에 나타났다.
남자는 키가 크고 몸이 늘씬하면서 어깨가 넓었다. 얼굴을 반쯤 가린 두꺼운 모직 스카프 위로, 주근깨와 예리해 보이는 파란 눈이 자리해 있었다. 콧대는 높고 콧방울은 넓었다.
180센티미터가 넘는 체구를 긴 푸른색 코트로 덮은 남자는 코트 안으로 자개 빛깔 단추가 달린 얇은 정장을 차려입었는데, 멋쟁이 같기는 했지만 어딘가 살짝 풀어져 보였다. 마치 격식 있는 행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서 옷을 풀어 헤친 것처럼. 코트 깃에는 금색의 작은 W 모양 배지를 달고 있었다.
남자는 다리를 넓게 벌리고 서서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쑤셔 넣고 태연히 문틀에 기댔다. 마치 반평생 그 자리를 지키고 서 있었다는 듯, 그보다 더 편한 공간은 생각도 할 수 없다는 듯, 그가 크로우 저택의 소유자이며 크로우 가족은 그가 부른 손님에 지나지 않는다는 태도였다.
남자가 아는 사람인 양 모리건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그러고는 소리 없이 시원스레 웃는 표정을 지었다. “거기,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