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58543891
· 쪽수 : 208쪽
· 출판일 : 2022-11-01
책 소개
목차
1부. 의자
돌 / 두 영화 / 비행기 / 의자 / 사전 / 열하일기를 다시 읽으며 / 기게스의 반지 / 해삼위 / 사과꽃 / 수집에 대하여 / 레 미제라블 편력기 / 나이 듦 / 윤독의 즐거움
2부. 십일월
가로수 / 나의 백일장 / 눈 / 콩 / 십일월 / 달력 / 운흥사지에서 / 한 그루 과일나무를 심을 수 있다면 / 화초장 / 우물 / 내가 만난 바다 / 변두리
3부.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손수건 / 무서운 이야기 / 고양이 /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 어떤 기다림 / 대공원의 봄 / 이삭 줍는 사람들 / 빨래 / 우리도 광합성을 할 수 있다면 / 복숭아 / 새벽 / 마스크
4부. 진달래꽃과 시인 기질과
뒤란과 여적, 그 아늑하고 아득한 / 진달래꽃과 시인 기질과 / 저녁의 뒷면 / 중고와 숭고 / 붉은 등처럼 진달래꽃이 / 온몸으로 온 힘을 다해 / 엿보기, 거꾸로 보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대홍수로 인간이 멸망하기에 이르렀을 때 살아남은 데우칼리온과 그의 아내 퓌라가 돌을 뒤로 던져 인간을 다시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그들은 어머니의 뼈를 뒤로 던지라는 신탁을 받고 어머니란 대지이고, 대지의 뼈란 바로 돌이라고 풀이하여 신탁을 올바로 수행할 수 있었다.
인간은 원래 대지의 뼈인 돌이었다. 돌은 결국 부서져 흙이 되므로 인간이 흙으로 빚어졌다는 신화적 상상력과 다르지 않다. 그리하여 돌. 돌고 돈다. 아득한 물과 불의 시간대를.
- 1부 ‘돌’ 중에서
기차든, 배든, 비행기든 모든 탈것, 이곳을 떠나 저곳으로 움직여 가는 것들을 보면 무언가 설레고, 아련하고, 두근거린다. 아마 아득한 미지의 곳에 대한 그리움과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어릴 때 아이 머리를 잡고 높이 들어 올리는 것을 ‘서울 구경’이라고 했다. “서울 구우경” 하면서 들어 올려지면 그게 재미있어서 자꾸 해달라고 보챘다. 당시엔 서울 한 번 가는 게 퍽 대단한 일이었고 거의 평생의 소원이었으니, 아마 아이를 들어 올리던 어른도 가슴 한편엔 서울에 가보고 싶다는 일말의 소망을 품었을 것이다.
- 1부 ‘비행기’ 중에서
며칠 전, 마을버스를 기다리며 정류장에 서 있으니 건너편 담장 위로 하얀 것들이 동동 떠다니고 있었다. 벌써 버드나무 솜털이 날리는 때인가 하며 자세히 보니 그것은 비눗방울이었다. 대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열심히 비눗방울을 불고 있었는데, 요즘은 비눗방울도 어찌나 성능이 좋은지 하얗게, 투명하게 반짝거리며 터지지도 않고 오래오래 떠다녔다. 그 비눗방울을 보고 순간 버드나무 솜털인 줄 알고, 이어 우리 마을 신작로에 있던 버드나무 가로수를 생각해 내다니, 가로수는 베어졌지만, 그 뿌리는 마음 깊숙이 뻗어 나이가 들수록 그리워진다.
- 2부 ‘가로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