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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8965266
· 쪽수 : 124쪽
책 소개
목차
제1부
카타콤 13/입만 슬프다 14/프라하의 밤 16/비텐베르크 광장에서 18/아우슈비츠 수용소 19/람세스의 콘돔 20/리비도 22/해를 캐다 24/목이 25/아도, 아도여 26/마라의 소녀 28/익다 30/중마동에서 동주를 생각하다 31/LA 플라워 32/식물공장 34
제2부
솔포기 같은 연애 37/물의 경계 38/삼합의 겨울 40/맷돌 두부 42/장마 43/첫눈에 그리다 44/당아 46/정이품송 48/나로도 봄비 49/아이스크림 날개도 팝니다 50/부부 52/쪽보다 더 푸를 수 있는가 53/나는 악마의 선에서 살았다 54/아귀탕 56/청춘 58
제3부
향단이 생각 61/땅에 쓴 글씨 62/봄비 64/청려장 66/한때는 비적이었다 67/어깃장 68/고명 70/명자에게 72/콧구멍에 부는 바람 73/봉문이발소 74/모래가 운다 76/입동 서리 78/새우비 79/햇빛 오브제 80/도장을 팠다 82
제4부
물에 비친 산은 젖지 않는다 85/전라도 오소리 86/운조루 가빈터에서 88/돌산 갓 90/낙안온천 가는 날 92/어은골 이야기 94/근황 96/다시 삭금리에서 97/금오도 비렁길 100/선진리 벚꽃 노래 102/적벽강 103/벽파진에 서다 104/운암산에 내리는 비 106/남생이 108
해설 저항의 서정/진순애(문학평론가) 109
저자소개
책속에서
겨울 상주처럼 물집 서린 발바닥 집어넣었다 생의 조각들 조심히 디뎌가며 이생의 안부 전했다 더듬더듬 흙 속에 필사한 몸들의 방식 읽고 방종한 내 삶을 반성했다 종잇장같이 젖어 누운 첩첩 둘러 밀봉한 그들의 더 깊은 자리로 들어갔다 푸른 얼굴로 천년을 거슬러야 닿을까 또 하나의 지실(地室)에 머물러 섰다 하늘이 꽤 멀어졌다 내실의 끝 뼈의 벽 칸칸이 넘어 헤치고 격자로 새길 비문(碑文) 한 줄 몰래 도굴하였다
저승의 글 물고 날아가는 저 하늘에 머리터럭 한 올 묶어 휘갈겨 몇 자 쓰고 죽어야겠다
- 「카타콤」 전문
까맣게 그을린 아궁이가 쩍 벌어져 있다
꺼질 듯한 불씨
붉은 실 한 타래 늘어져 흐르고
사방에 짐승이 오락가락하는
그림의 제목은 리비도
잠자던 에너지가 살아나온다
춥다,
움츠린 몸이 춥다
빨랫줄에 시래기가 마른다
깜박 잊어버린 빨래
낡은 함석집 겨울 생각을 말리고 있다
허공,
다른 비상 꿈꾸며 매달아
계곡에 던져진 몸뚱어리도 있다
통점, 새
산에 한가로이 파묻은 늙은 시 속에서
드로잉으로 잡힌 한 여인의 누드가
예술이 되기까지
정지된 파도의 격정처럼 부서지기까지
은빛 강 삿대질하는 배
아랫도리 불근불근 가로질러
단단한 못에 고정되기까지
- 「리비도」 전문
제 몸 밀어야 간다
뿌리쳐야 갈 수 있다
널 두고는 강이 깊을 수 없고
저 산이 높을 수 없다
달 싣고 돌아오던 밤배 득실거리던
여기는 광양항
복판 달리는 말처럼 서서
뱃고동 울리는 중마동(中馬洞)이다
북간도, 평양, 연희전문학교, 후쿠오카
종말의 닻 부리고
밧줄로 묶어놓은 시
곰삭는 바람이
비리다
매화마을에 꽃은 가득하고
올해도 순질한 너의 시 다 읽을 수 없다
- 「중마동에서 동주를 생각하다」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