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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한국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59099694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19-07-25
책 소개
목차
심사평-서미애
프롤로그
일생 두 번째로 최악의 날
이모, 구미호를 죽이다
두 구의 변사체
원수와 함께 범죄 없는 마을에 갇히다
귀신이 곡할 노릇
지포 라이터
완전범죄를 노리다
용의자의 고백
악인과 의인은 백지 한 장 차이
두 번째 용의자
죽음의 양식장
덫에 걸리다
다섯 개의 살인 방정식
악덕 사채업자
증거가 너무 많다
아이엠에프 나이트
최악이 아닌 최고의 날
결자해지
에필로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어젯밤 거기 중천리, 구멍바위라고도 부르고 자살바위라고도 부르는 데서 떨어져 죽은 사람, 그 사건 뭔가 수상해. 그게, 단순한 자살 사건인 줄 알고 경찰이 시체를 청양장례식장으로 옮겨다 놨는데 대전에 사는 가족들이 와서 보고, 이 세상에 왔었던 흔적을 깨끗이 지우고 싶다며 화장해서 강물에 뿌려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집을 나간 자기 아들이 아니라는 거야.
“그래? 그럼 다른 사람이 와서 죽은 거야?”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구멍바위 밑에서 발견된 사체의 몸에 차에 치인 듯한 흔적과 타이어에 갈린 듯한 흔적이 남아 있다는 거야.
“뭐? 그럼 자살이 아니고 타살이야?”
‘타살’이냐는 조은비의 목소리에, 그녀를 힐끔거리며 걸레질하던 소팔희가 갑자기 온몸이 마비된 것처럼 모든 동작을 멈췄다.
-당연히 타살이지! 교통사고를 내고 절벽에서 떨어져 죽은 자살로 위장했거나, 어쩌면 고의로 살인을 저지른 뒤 자살로 위장한 살인 사건인지도 모르지.
세탁기 배수구에서 만 원짜리 한 장이 흘러나와 수돗가 거름망에 걸려 분홍색 비눗물이 하수구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막고 있었다.
우태우가 수돗가로 성큼 다가가서 비눗물 속에 손을 집어넣어 만 원짜리를 집어 들었다.
“빨랫감 주머니에 돈이 들어 있었나 보네유. 어라? 그런데 어떻게 이게 세탁기 안에서 흘러나왔지? 어디 구멍 났나?”
소팔희가 말릴 사이도 없이 우태우가 세탁기 뚜껑을 열었다. 세탁기 바닥에 물에 젖은 5천 원짜리와 만 원짜리가 가득했다.
“어? 이게 뭐유? 돈을 왜 빨고 있는 거유?”
“그, 그게….”
“팔희가 돈세탁하는 거다!”
마루에 있던 황은조가 외쳤다.
“돈에 피가 묻어, 피 묻은 돈을 돈세탁하는 거다!”
“뭐? 피?”
“은조야! 어른들 말할 때는 끼어들지 마!”
얼굴이 사색이 된 소팔희가 황은조의 입에서 다른 말이 나오기 전에 얼른 큰소리를 쳐서 입을 막았다.
“찰리 채플린이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인데 가까이 가서 보면 비극이다’라고 말했다죠. 농촌도 그런 것 같아요. 이렇게 멀리서 보면…. 바람이 불 때마다 푸른 벼들이 사르르 하얀 물결을 일으키고, 저렇게 논 한가운데서 아무 근심 걱정 없어 보이는 농부가 평화롭게 일하는 그림 같은 풍경.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검게 탄 농부들의 주름진 얼굴에서는 비 오듯 땀이 흐르고 있고, 휜 허리에서는 고통의 냄새가 역력하고, 손톱이 다 닳아버린 손은 발인지 손인지 구별조차 되지 않을 만큼 거칠기만 하죠. 농촌 풍경이든 바닷가의 어촌 풍경이든 멀리서 지켜보는 여행자들의 눈에는 한없이 평화로워 보이지만 클로즈업해보면 진실은 결코 그렇지 않죠. 이 범죄 없는 마을도 클로즈업해보면 결코 평화롭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안 그래요”
“조 기자님은 다른 사람들의 인생을 거리를 두고 멀리서 보니 정말 행복하고 아름답게 보이던가요? 만약 그렇다면 그건 조 기자님 스스로가 행복한 사람이어서 그럴 겁니다. 나는 가까이서 보건 멀리서 보건 그 누구의 인생도 결코 행복하거나 아름답게 보이지 않더군요. 아무리 멀리서 봐도 그 사람의 찌든 인생과 일그러진 표정만 눈에 선할 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