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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서양철학 > 현대철학 > 러셀/비트겐슈타인
· ISBN : 9791159310942
· 쪽수 : 424쪽
· 출판일 : 2016-12-30
책 소개
목차
머리말 9
1. 비트겐슈타인의 철학 19
2. 비트겐슈타인의 철학관 55
3. 언어의 한계와 그 너머 87
4. 문법으로서의 논리 133
5. 규칙 따르기와 사적 언어 169
6. 의미의 기준으로서의 사용과 관상으로서의 의미 207
7. 사용·관상·의미 235
8. 내면과 외면 263
9. 앎의 문법과 확실성의 본성 301
10. 종교적 믿음과 언어 339
11. 비트겐슈타인과 철학의 새로운 길 377
인용문헌 403
인명 색인 418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철학적 탐구》 머리말에서 비트겐슈타인은 자신의 책을, 광대한 사고 영역을 종횡무진으로, 모든 방향으로 편력하는 얽히고설킨 긴 여행에서 생겨난 다수의 풍경 스케치들을 담고 있는 하나의 앨범에 비유했다. 거기에 실려 있는 그림들을 어떤 식으로 배열하고 종종 가위질하면, 그것을 보는 사람에게 하나의 풍경 사진을 줄 수 있는 앨범. 이러한 비유는 그 책뿐 아니라 그의 나머지 글들 대부분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연구들은 기본적으로, 그가 남긴 사고 여행의 앨범 또는 앨범들로부터 그가 말한 방식에 따라 그가 본 풍경들을 재현해 보려는 이런저런 시도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것들은 틈새 없이 하나로 이어진 활동사진과 같은 것이 되지는 못하였다. (그와 같은 것을 만들려는 것은, 비트겐슈타인에 따르면, 그의 사고 경향에 반하는 것이기도 하다.) 나는 다만 그의 여행에서 핵심을 이루는 지점들이라고 여겨지는 곳들을 선택적으로 클로즈업하여 살펴보면서 그의 여행이 지향했던 바를 나름대로 조망해 보려 애썼다.
주지하다시피,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은 20세기의 강력한 철학 사조인 분석철학의 전개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그의 전기 철학은 논리실증주의에, 후기 철학은 일상언어학파에 영감과 영향을 주었다. 분석철학에서 논의되는 많은 주제들에서 그의 관점은 지금도 생명력과 힘을 지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분석철학의 대표적인 인물로 간주되곤 한다.
확실히 비트겐슈타인은 분석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또는 적어도 그런 인물들 중 한 명이다. 그러나 그를 이러한 틀 속에서만 파악하려 한다면 잘못이다. 《논고》와 논리실증주의 사이에 중대한 차이점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오늘날 분명해졌다. 그 둘은 논리와 언어, 그리고 과학의 본성에 대한 탐구에 몰두한다는 점에서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논리실증주의가 논리와 과학을 넘어서는 형이상학적인 것들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데 반해, 《논고》는 오히려 논리와 과학의 한계를 넘어서는 ‘말할 수 없는 것’(윤리·종교·예술)에 중요성이 있음을 강조한다. 물론 논리실증주의와 마찬가지로 《논고》 역시 형이상학을 비판한다. 그러나 《논고》가 염두에 둔 형이상학의 문제는 논리실증주의의 믿음처럼 종교-신학적인 사고로부터 오는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과학적 사고로부터 오는 어떤 것이었다.
비트겐슈타인 자신은 여기서 언급된 해방의 실제적 전망에 대해 대체로 비관적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의 깨달음 자체에 대한 확신의 결여가 아니라, 소승적이라고도 할 수 있었던 그의 전기의 관점으로부터 대승적이라고 할 수 있는 후기의 관점으로의 전환 결과 얻게 된 현실 인식의 자연스러운 표출일 것이다. 즉 해방은 가능하지만, 단지 자아의 변화 의지에 머물지 않고 궁극적으로 우리 모두의 삶의 변화와 관계되는 (문화적 차원의) 실천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러나 이 실천적 작업의 방대함과 더불어 끝없이 요구될 노력과 인내심의 정도를 생각하면, 그 누구도 결코 철학의 종언을 경솔하게 운위(云謂)할 수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설사 ‘내가 원할 때 나로 하여금 철학하기를 그만두도록 할 수 있게 만들어’ 줄 만큼의 완전한 명료성 또는 치료 방법들이 발견되었다 해도 그 방법들의 실제 적용, 또는 ‘우리의 언어 수단에 의해 우리의 오성(悟性)에 걸린 마법에 대한 하나의 투쟁’(PU §109)은 결코 단번에 또는 저절로 끝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이다. 마치, 세상의 온갖 질병들에 대한 치료법들이 개발되었다고 바로 그 질병들이 저절로 다 없어지지는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