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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비평
· ISBN : 9791159920936
· 쪽수 : 288쪽
책 소개
목차
서문
1 계몽주의의 한계
2 관념주의자
3 낭만주의자
4 문화의 위기
5 신의 죽음
6 모더니즘 그리고 이후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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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계몽주의의 관심이 신의 죽음이 아니었듯 그것은 문화에 대한 문제도 고려하지 않았다. 보편성과 사해동포주의적 특성을 가진 계몽주의는 번영하려면 지역의 관습, 경건함 그리고 애정에 반드시 권력이 더해져야 한다는 사실에는 거의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신하의 충성심을 얻기가 너무 추상적이고 요원하다는 것이 증명될 터였다. 생생한 경험상의 기초가 없이는 효과적인 통치권이란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이성은 미학이라고 알려진 일종의 보조물이나 인공 기관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계몽주의의 이성에는 많은 부분 일정한 형태를 갖춘 존재가 없었다. 이후 독일 관념주의자와 낭만주의자들이 이것을 복원하고자 했다.
근대의 역사는 다른 무엇보다 신의 대리자를 찾는 일에 집중한다. 이성, 자연, 정신, 문화, 예술, 숭고함, 민족, 국가, 인류, 존재, 사회, 타자, 욕구, 삶의 원동력과 개인적 관계 등이 모두 이따금씩 신의 대체자 역할을 했다. 프레드릭 제임슨은 “우리 시대의 종교는 매우 모호하고 보잘것없으며 산만한 영역으로 종교라는 어휘 자체는 다른 이유 때문에 불법적으로 도용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근대의 종교 정신이 모호하다면 그 이유는 무엇보다 희석된 믿음은 교리의 시대보다는 회의의 시대 취향에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 종교적 독단을 적절히 도려낸 종교는 손쉽게 세속적 사상의 형식과 결합하고 그렇게 해서 정통 종교보다 이념적 간극을 더 잘 메우면서 설득력 있게 영적 해결책을 제공할 수 있다.
낭만주의는 근대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다. 예술에서 섹슈얼리티, 생태학, 주체성까지 낭만주의는 문화적 무의식의 주요 부분을 형성한다. 찰스 디킨스의 소설은 낭만주의가 얼마나 신속하고 널리 공통의 감각을 변화시켰는지를 알려주는 증거다. 근대 사상가들은 피할 수 없이 후기 다윈주의자 또는 부지불식간에 후기 프로이트주의자가 되는 것처럼 필연적으로 후기 낭만주의자다. 그들이 자발적으로 후기 피히테주의자라고 주장하기가 더욱 힘들 것이다. 게다가 낭만주의는 사제에서 시인, 성체에서 상징, 성스러움에서 완전함, 천국에서 정치적 이상향, 은총에서 영감, 신에서 자연, 원죄에서 입에 담기도 힘든 존재의 범죄로 한 걸음씩 물러나며 종교의 임시방편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통치 세력을 대신하는 게 아니라 보충하는 것이 낭만주의 운동의 운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