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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60202199
· 쪽수 : 264쪽
· 출판일 : 2026-06-19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 7
제1부 봄은 생강나무 꽃에서 온다
꿈길 … 17
도신 … 21
새집 … 25
내 똥 달기똥 … 32
고뿔 … 36
달롱개 나싱개 꽃다지 … 41
내 더우! … 44
장 담그는 날 … 48
봄은 생강나무꽃에서 온다 … 53
무논에 물을 대듯 … 57
둥구나무 … 61
벽장 … 65
술 심부름 … 69
봄봄 … 73
여심이 … 78
제2부 아홉 살 여름
아침 마롱 … 87
삼밭골 … 91
개구리 참외 … 96
아홉 살 여름 … 100
가재가 산다 … 104
장마가 지나가고 … 109
여름밤 … 113
물속에서 … 118
스피카 … 121
천렵 … 125
벼락 맞은 나무 … 130
전디기재 고갯마루 … 133
구보의 물빛 … 137
둥개미 … 141
아장사리 … 145
인연Ⅰ … 149
제3부 대장
대장 … 157
물굿청 … 164
정이뿐 … 167
박꽃 … 172
내가 봉께로 … 175
수호신 … 178
마당에 채울이 쳐지면 … 184
추석빔 … 189
오개오개 … 192
애편 … 195
오일장 … 198
소풍 … 203
마이산 … 207
운일암반일암 … 212
서리꽃 … 215
오리정 연꽃 … 217
제4부 용담에 가면
용담호 … 223
따순밥 … 228
인연Ⅱ … 235
용담향교 … 239
태고정 … 243
오후의 방 … 247
용담에 가면 … 250
내 편 … 255
호밀 베는 날 … 259
저자소개
책속에서
논 옆 작은 방죽에는 늘 맑은 물이 솟아올랐다. 소금쟁이가 물 위를 튀어 다녔고, 쪼만한 새끼 물방개가 바쁘게 원을 그리며 맴돌았다. 물속에서는 올챙이들이 꼬리를 흔들며 무리 지어 다녔다. 논바닥 벼그루터기 사이에는 벌금자리가 많았는데, 참깨처럼 생긴 이파리를 달고 있었다. 초무침하면 잃은 입맛을 살아나게 하는 이파리였다. 쑥이 논둑 사이 얼굴을 내밀었다. 틈새마다 보랏빛, 흰빛 제비꽃이 피었다.
양지바른 텃밭에서는 꽃다지, 나싱개, 광대너물 같은 봄나물들이 햇살을 받으며 서로 자리를 차지하려 애썼다. 한 걸음, 두 걸음 구불구불 이어진 논둑길을 따라가면 우리 집이 나타난다.
나는 방죽의 새끼 물방개처럼, 시간을 넘나들며 꿈길을 누볐다.
— 「꿈길」에서
할머니는 집안의 안신安神인 철륭 앞에 공손히 앉아 제를 올렸다. 할머니의 기도는 언제나 같았다. 나는 할머니가 제를 올릴 때마다 곁에 조용히 서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눈을 지그시 감고 두 손을 모아 우리 집안의 안녕을 빌었다. 가장 간절히 불리는 이름은 바로 나와 남동생이었다. 할머니는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을 정성스레 호명하며 무탈하게 잘 자라기를, 바르게 커서 남을 돕고 훌륭한 사람이 되기를 기원하셨다. 그 기도는 울타리를 넘어 동네 이웃과 나라의 평안과 나라님의 안녕까지 아우르고 있었다. 할머니의 목소리에는 언제나 간절함이 실려있었다.
— 「도신」에서
여름은 매미 소리로 시작되었다.
귀가 먹먹해질 만큼 쏟아지는 매미 울음 속에서 아, 정말 여름이구나 싶었다. 무심코 올려다본 하늘에는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구름들이 저마다의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나는 그걸 여름방학 구름이라 불렀다.
그런 날이면 한가롭던 여름 마롱 끝에 걸터앉아 하늘을 바라보았다. 구름은 느릿하게 흘러가다 산이 되기도 하고, 짐승이 되기도 하며 이내 흩어졌다.
매미는 저마다의 음으로 여름을 노래했고, 울음은 돌림노래처럼 이어져 끝내 하나의 장단이 되었다. 구름과 매미 소리는 내 어린 날 여름방학을 가득 메운 빼놓을 수 없는 선물이 되어주었다.
— 「여심이」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