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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91160270310
· 쪽수 : 392쪽
· 출판일 : 2018-05-10
책 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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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나를 위한 시나리오는 있어요?” “몇 작품 갖고 있어요.” “크레스턴, 외국으로 나가고 싶어요. 런던에서, 이 무미건조한 일상에서 멀리 떠나 지적이고 감성적인 인물을 연기하고 싶어요. 나를 감동시키고, 웃게 해주고, 애정 표현을 나누는 스토리가 있는 영화, 아주 작은 영화라도.” “내 재규어는 낡았지만 절대 고장 나지 않죠. 왜냐, 얼마나 자주 차를 맡기면 정비사가 나를 스스럼없이 이름으로 부를까. 그 정도로 내가 차에 신경을 쓴다는 얘기예요. 나는 당신의 활동 무대를 위해 온 힘을 쏟았고, 당신은 이 영국에서 엄청난 관객 몰이를 하는 배우가 되어가고 있어요. 당신 목소리 한번 들어보겠다고 어떻게든 전화번호를 알아내는 팬들이 생길 정도로 이제는 영국 어디서나 사랑받기 시작했다고요. 요즘은 좀 정숙하지 못한 이미지가 됐지만, 내 예상대로 이번 영화가 흥행하면 머지않아 당신 세대에서 가장 인정받는 여배우가 될 겁니다. 그러니까 부탁인데 조금만 참아요. 알았죠? 몇 주 후에는 미국에서 빗발치듯 영화 제의가 들어올 거니까. 큰 무대에 뛰어들게 될 테니 두고 봐요.” “슬플 때 미소 짓는 멍청한 여자 역할이겠죠?” 크레스턴은 안락의자에서 자세를 바로 하고 헛기침을 했다.
어느 일요일, 오후 늦게 폴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로렌이 아니라 사이먼앤슈스터 출판사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아서, 되게 웃기니까 그만해.” 폴이 신경질적으로 내뱉었다. 전화선 너머의 남자는 어리둥절해하더니, 마음에 쏙 드는 소설을 방금 다 읽었는데 저자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오해는 계속되었고, 폴은 농담으로 받아치고 있었다. 처음에는 재미있어하다 마침내 짜증이 난 편집자는 내일이라도 당장 사무실로 찾아와 농담이 아니라는 걸 보여줄 기세였다. 폴의 머릿속에 의혹이 스쳤다. “내 원고는 어떻게 입수했습니까?” “한 친구가 작가님을 대신해 보내줬습니다.” 편집자는 약속 장소를 정한 뒤 전화를 끊었다. 폴은 집 안을 서성거렸다.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사브에 올라타 운전대를 잡고 샌프란시스코 메모리얼 병원까지 달렸다. 폴은 응급실에 있는 로렌을 당장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간호사는 폴에게 환자로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폴은 간호사를 노려보며 응급 환자의 목숨에 의학적 순서라는 건 없다고 응수했다. 더 시끄러워지기 전에 폴이 로렌에게 연락하는 사이, 간호사가 경비를 불렀다. 때마침 로렌이 폴을 만나러 나와줘서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무슨 일로 왔어?” “출판사 다니는 친구가 있었나?” “아니.” 로렌은 눈을 피하더니 구두를 내려다보면서 대답했다.